사랑/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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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1회 작성일 21-08-01 16:34본문
사랑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에서, 1994 -
- 결국 모든 건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렸다.
김춘수식으로 말하면,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고,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처럼.
기실, 시의 역할이란 이 작은 것들에의 몰입과 회화성에 있다.
시인에 의하면 사랑은 풀여치 한 마리를 통해서도 온다.
그 사랑은, 시를 통해 내 마음에까지 알려지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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