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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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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2회 작성일 21-08-03 17:57

본문

  序詩(서시)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에서, 1994 -

  



- 내가 쓴 한 편의 시가 남의 가슴을 불태운다면,

  그 시는 이미 행복에 겹다.

  그러하지 못해도,

  내 마음의 불이라도 지피는 불쏘시개 정도만 되어도 행복에 겹다.

  그리고 마지막 행복은,

  내 땅속에 묻힐 때까지 

  시의 군불이 꺼지지 않고 나와 함께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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