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김기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3회 작성일 21-08-06 19:18본문
우주인
김기택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허공에서 허우적 발을 빼며 걷지만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기댈 무게가 없다는 것은
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나는 여러번 넘어졌는지 모른다
지금은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거나
引力(인력)에 끌려 어느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자국 발자국이 보고 싶다
뒤꿈치에서 퉁겨나오는
발걸음의 힘찬 울림을 듣고 싶다
내가 걸어온
길고 삐뚤삐뚤한 길이 보고 싶다
- 시집 <사무원>에서, 1999 -
- 알베르 까뮈는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달의 이야기는 내 실존과는 아무 상관없다 했다.
실존주의의 입장에서 달과 우주의 화려함과 무궁무진함은,
내 발자국 하나의 가치도 없다고 일갈한다.
물론 과학자의 입장에선 섭섭한 말이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의 과학적 진보와 문명의 번쩍이는 발전 속에서도
나의 실존, 즉 나의 발자국이 나에겐 가장 중요하단 거다.
시도 마찬가지다.
나의 실존이 투영되지 않는 시는, 말 그대로 '달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내 걸어온 나날이 삐뚤삐뚤한 길이라 할지라도,
나의 걸음의 무게와 거리는 내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시(詩)이므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