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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오후에 / 홍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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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93회 작성일 15-08-18 15:32

본문

오랜만에 장마전선 물러나고 작달비들 멎고
늦여름 말매미 몇이 막 제재소 전기톱날로
둥근 오후 몇 토막을 켜 나간다
마침 몸피 큰 회화나무들 선들바람 편에나 실려 보낼 것인가
제 생각의 속잎들 피워서는
고만 고만한 고리짝처럼 묶는
집 밖 남새밭에 나와
나는 보았다, 방동사니 풀과 전에 보지 못한 유출된 토사 사이로
새롭게 터져 흐르는 乾水 투명한 도랑줄기를
지난 한 세기의 담론들과 이데올로기 잔재들을 폭파하듯 쓸어 묻고는
천지팔방 망망하게
그러나 자유롭게 집중된 힘으로 넘쳐 흐르는
마음 위 깊이 팬 생각 한 줄기 같은
물길이여
그렇게 반생애 살고도 앎의 높낮은 뭇 담장들 뜯어치우고는
범람해 흐르는 개굴창 하나를 새로 마련치 못했으니
다만 느리게 팔월을 흐르는 나여
꼴깍꼴깍 먹은 물 토악질 한
닭의장풀꽃이
냄새 기막힌 비누칠로 옥빛 알몸 내놓고 목물 끼얹는
이 풍경의 먼 뒤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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