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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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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처음의 들판/이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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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1회 작성일 21-08-18 20:11

본문

  처음의 들판 




  이제니





  발 달린 것들의 질주가 어제의 들판을 가득 메운다

  이상하고 빠르게 이상하고 기쁘게

  오늘의 검은 무늬를 한없이 길게 밀고 나가며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들판이 아니라 들판에 대한 상상


  들판은 들판 너머에 있었다

  언제나 거의 언제나 처음처럼

  들판 너머 들판 들판 너머 들판


  한 발자국 앞의 한 발자국이 흐려질 때

  뒤이어 내디딘 또다른 한 발자국이 묻는다


  죽은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나의 없는 꼬리는 어느 하늘을 향해 날고 있을까

  어제의 나를 잊고 새사람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풍경은 뒤로 밀려나기 위해 끝없이 펼쳐진다

  사라지기 위해 죽어가기 위해 다시 태어나기 위해


  지평선 너머 진혼곡 너머

  우편마차 너머 구름다리 너머


  기억을 더듬는다는 것은

  앞으로 간다는 말일까 뒤로 간다는 말일까


  금이 가기 시작한 유리창의 균열 너머

  밤하늘을 비행하는 흰 철새들의 행렬 너머

  마지막인 줄 몰랐던 너의 마지막 노래를 넘어


  잊고 있었던 가슴 아픈 일이 생각날 때


  녹색 풀들의 녹색 흔들림 너머

  홀로 살아가는 짐승의 홀로 우는 울음 너머


  이상하고 빠르게 이상하고 기쁘게

  한 걸음 위에 한 걸음 한 걸음 너머 한 걸음

  되돌릴 수 없는 감정이 처음의 들판을 달린다


  -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2010 -






- 어려운 시다.

  감상의 열쇠는 '너머'라는 단어에 있다.

  이런 시는 억지로 해석하려 하지 말고 

  느낌과 흐름(멜로디)과 감정을 따라갈 밖에 도리 없다.

  가끔은 이런 시가 어떤, 뜻밖의 시에 대한 도전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자, 이제 이 시 너머 처음의 들판으로 달려 들어가 보자.

  그리고 이 달리기는 상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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