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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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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빌리다/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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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6회 작성일 21-08-27 14:31

본문

  풍경을 빌리다 




  공광규 





  정원이 아름다운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그냥 살던 집 벽을 헐고 창을 내어

  풍경을 빌려서 살기로 했다

  오래된 시멘트 벽이었다


  쇠망치로 벽을 치자 손목과 팔이 저려왔다

  한번 더 힘껏 치자 어깨와 가슴까지 저려왔다

  쇠망치를 튕겨내는 벽

  반항하는 벽 대신에 서까래와 대들보만 울었다


  "벽은 안에서 밖으로 치는 것이여!"

  지나가던 노인이 혀를 끌끌 찼다

  그런가?

  상처 난 벽을 잠깐 쳐다보다가 돌아보는 사이

  노인은 자취가 없다


  헛것을 본 것인가

  동네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노인이라는 생각을 하며

  방 안에 들어가 밖으로 벽을 치자

  망치 두세방에 벽이 뻥 뚫렸다

  하늘이 방 안으로 무너지고 햇살이 쏟아졌다


  터진 벽에 창틀을 끼우고 유리를 붙이자

  창문으로 감나무와 버즘나무와 잣나무 숲이 선착순으로 들어오고

  잣나무숲 뒤로 마을과 멀리 바위를 등에 업은 산맥이 들어왔다

  산 중턱에 요란한 절과 반짝이는 교회 첨탑이 옥에 티지만

  가끔 빗줄기와 눈발이 발을 쳐서 가려주었다


  이 땅에 경치 좋고 인심 좋은 명당이 흔하겠는가

  이게 인생 아니겠나

  마음이 명당이면 되는 것 아니겠나


  창을 낸 후 방 안은 매일매일이 유리 스크린 영화관이다

  오늘은 직박구리 두 마리가

  가지에 매달린 언 감을 쪼아 먹는 모습이 다정하다

  러브씬도 은근히 기대해본다


  - 시집 <담장을 허물다>에서, 2013 -






- 우리집 창문 밖엔 회향나무, 동백나무, 영산홍, 담쟁이넝쿨 등의 풍경이 펼쳐 있다.

  시인의 풍경보단 못 하지만, 나름대로 시의 재료들이 되어 준다.

  가끔씩 야생 고양이들이 러브씬을 찍기도 한다.

  그러면서 시는 내게로 다가온다.

  행복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풍경이 주는 단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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