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섬 이니스프리/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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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섬 이니스프리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내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돌아가리
거기 외줄기 엮어 진흙 바른 오막집 지으리
아홉 이랑 콩 심고, 꿀벌통 하나 두고
벌떼 잉잉거리는 숲 속에 홀로 살리.
거기서 얼마쯤의 평화를 누리리,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리 우는 곳으로 방울져 내리거든,
한밤중 온통 반짝이고, 한낮은 자주 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찰랑대는 잔 물결소리 들린다.
한길이나 잿빛 보도 위에 서 있을 때
그 물결소리 내 가슴 깊이 들린다.
- 시집 <예이츠의 명시>에서, 황동규 역, 1987 -
- 설명할 필요도 없는 너무나 유명한 시다.
나는 이 시를 학교에서 국어 교과서를 통해 처음 읽었다.
그 땐 막연히 참 좋은 시로구나 하고 동경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 시를 다시 가슴에 떠올렸다.
영화에서, 복싱 트레이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의 제자 매기가 시합 중 당한
충격으로 전신마비가 된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앞에서,
예이츠의 이 명시를 읽어준다.
편안히 죽기를 원하는 매기에게 어쩔 수 없이 주사를 놓으며 안락사 시켜주곤,
그는 조용히 사라진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갔을 거란 내레이션이 흐르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아마도 그는 그가 매기에게 읽어 주었던 그 섬,
이니스프리로 갔을 게다.
그 곳이 실제의 땅인지, 아님 시 속 이상향의 땅인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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