波濤의 방 - 허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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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6회 작성일 21-08-28 16:25본문
파도의 방 / 허영숙
누구의 손짓에 저 물길 열리고 닫히나
무창포에 와서 누운 밤
물때를 만난 파도가
서로의 산실로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
달의 인력에 떠밀려
만난 적 없는 듯 등돌려가는 마디마다
어떤 울음이 빼곡하기에 걸음이 저토록 질척거리는가
멀어진 틈의 간격을 메우며
비릿한 물 내를 품고 뜨는 섬
질펀한 그 곳에 물고기자리, 조개자리성좌가
여기가 다시 무덤인 줄 모르고 몸 던져온다
수면에 뜬 아사달의 무늬를 좇아
물 속으로 뛰어 든 아사녀의 그림자가
이루지 못한 것을 찾아 그믐달 속에 서성이는 밤
서로를 떠나서는 그곳이 감옥인 듯 싶었는지
이른 새벽 흰빛을 끌고 달려오는
물소리, 물소리
서로의 내밀한 몸 속으로 혀끝을 밀어 넣으면
물결 너머 또 물결이
붉은 아침을 저 먼 물금 위에 뜨겁게 띄우겠다
* 무창포 - 충남 보령 소재.
한달에 두 차례 그믐 사리 때 바다가 열리는 곳
경북 포항 출생
釜山女大 졸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집, <바코드 2010> <뭉클한 구름 2016>等
2016 부산문화재단 시부문 창작지원금 대상자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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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그렇지 않아도,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무창포라는 곳, 언제 한 번 꼭 가보고 싶네요.
달빛에 젖은 밤바다로 부터
문득 환기되는 <근원적 외로움>이 주조(主調)를 이루면서
바다의 눈물 같은 섬들의 고요한 풍경을 깔고 전개되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서적 색채가 인상적으로 돋보이는
시 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요...
살다 보면, 까닭모를 외로움과 적막감이 엄습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 공허한 마음의 여백을 채워주는 그 어떤
내밀(內密)한 존재를 그리게도 되구요.
수면에 뜬 아사달의 무늬를 좇아
물 속으로 뛰어 든 아사녀의 그림자가
이루지 못한 것을 찾아 그믐달 속에 서성이는 밤
서로를 떠나서는 그곳이 감옥인 듯 싶었는지
이 부분에서...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사랑을
인용함은 너무 솔직한 면도 있으나, 이루어 질 수 없는
인연의 아픔을 바라보는 <관조적 비애감>을 묘사함에 있어
나름의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른 새벽 흰빛을 끌고 달려오는
물소리, 물소리
서로의 내밀한 몸 속으로 혀끝을 밀어 넣으면
물결 너머 또 물결이
붉은 아침을 저 먼 물금 위에 뜨겁게 띄우겠다
시를 맺으며, 이 모든 내적 허정(虛靜)의 고절감(孤絶感)을
통어(統御)하는 자리에 話者 스스로 물결의 파도처럼
자리하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정갈한 그림 같은
잔잔한 감동으로 가슴에 젖어 드네요.
- 선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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