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뒤에 오는 파랑 /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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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뒤에 오는 파랑 / 손창기
사냥꾼에게 동굴이란 그림寺院 인지도 몰라
빛과 어둠이 만나는 순간,
바위벽에 손바닥을 대고
하늘의 노을빛을 끌어다가 찍었을 거야
동굴 떠나기 전, 손의 둘레를 그려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몰라
그대를 만져보고 싶어 손바닥만 남았는지 몰라
4만 년 전, 마로스 동굴은
바위벽이 편지였는지도 몰라
노을과 어슬름이 만나는 순간, 파랑이 몰려올 때
박쥐가 동굴을 떠나 이 소식 전했을 거야
새벽녁 박쥐가 돌아올 때, 사냥꾼은
세상 밖으로 나아갔을 거야, 여전히 손바닥은
빨강색의 윤곽 안에 있으니,
전하고 싶은 말들 가두고 있었을 거야
누구든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빨강 뒤에 오는 파랑색을,
그대가 내 손바닥에 포개질 때
말들과 온기가 고스란히 합쳐진듯
* 손창기 : 1967년 경북 군위 출생, 2003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장판지갑>등 다수
< 소 감 >
극과 극이 부딪쳐 빚어내는 무지갯빛 화살이 둥근 과녁을 향할 때
독자는 그져 즐겁기만 하다
동굴벽화라는 어두운 이미지가 패기발랄한 밝은 이미지와 어울어져
지금 막 눈앞에서 주고 받는 연인들의 노래처럼 율격과 박자가 맞아
돌며 시상이 전개되고 접근하기 힘든 발상과 기교들로 나열되어 있어
화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인간에게는 理性이라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옛 부터 자신의 자취를
남기려는 성품을 지니고 있다
인도네시아 마로스 동굴의 손바닥 벽화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동굴에도
산짐승, 물고기, 활쏘기, 말타기등 많은 벽화들을 그려 놓았는데,
이는 인류 역사의 시작이라 하겠으며 요즘도 화장실, 담벼락등 빈 공간에는
여지없이 落書가 그려져 있으며 사람이 죽으면 묘지 옆에 비석을 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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