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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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서
백무산
죄 없는 자들일수록 더 많이 참회하고
적게 먹는 자들이 더 많이 감사하고
타락하지 않은 자들이 더 많이 뉘우치고
힘들여 사는 자들일수록 고행의 순례길을 떠나고
적게 살생한 자들이 더 많이 속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것이 나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그러한 감사와 참회가 낡아빠진 문화라는 사실 때문에
그리하여 내가 사는 곳에 감사와 참회 따위가
입에 오르는 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래전에 낡은 체제를 혁명하고
또 혁명에 혁명을 거듭했기 때문에
더 혁명할 것이 없을 즈음에
마침내 어떤 진리에 이르렀기 때문에
많이 먹고 많이 가질수록 죄가 줄어든다는,
- 시집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에서, 2020 -
- 우리는 지금 시와 같은 현상의 시대를 살고 있다.
뉘우침과 감사와 참회를 무슨 낡아빠진 문화인 양 취급하는 시대,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권력을 가진 자가
마치 가장 배고픈 것처럼, 힘없는 소시민인 것처럼 행세하는 세상.
단지 과거에 혁명을 했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반성은 없고, 죄를 줄이려고 혈안인 그들,
오히려 죄를 지적하는 법 위에 걸터앉으려는 그들.
히말라야에서 시인은 요지경 세상을 질타한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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