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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얼굴/김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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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1회 작성일 21-09-30 13:40

본문

  우리의 얼굴 




  김중일





  우리의 얼굴을 이야기하려면

  등을 이야기 안 할 수 없겠습니다.

  뒤돌아서서 멀어져가는 상대의 등을

  응시할 때,

  우리의 얼굴은 비로소 완전히

  정직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얼굴이 이 계절 한장의 잎이라면

  그 뿌리는 두 다리도 배꼽도 가슴도 아니라

  등에 묻혀 있습니다.

  등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나는

  돌아가는 내 등을 바라보는 너의 솔직한 얼굴이

  궁금했습니다. 너의 첫 눈빛은

  내 등 위로 홀씨처럼 날아와

  내 등 속에 뿌리내리고

  내 목을 곧게 뻗어올려

  내 얼굴을 피우고 표정을 뿜어냈습니다.

  내 얼굴 위에 벌과 나비와

  마땅한 이름 없는 날벌레처럼

  눈 코 입 귀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사람의 시간으로는 평생을

  앉았다가 날아갑니다.

  눈 코 입 귀가 날아가는 곳은

  길섶 철쭉 같은 불길 속입니다.

  내 얕은 얼굴로는 다 못 받은 너의 슬픔이

  번번이 넘칠 때마다

  우리는 등을 맞대고 울었습니다.

  울컥 흘러넘친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

  대신 등을 얼굴처럼 맞대고 비비며 울었습니다.

  사월이 지나면

  너의 눈빛이 피운 내 얼굴도 어둡게 저물 것입니다.


  - 시집 <가슴에서 사슴까지>에서, 2018 -





- 얼굴로 못하는 말을 등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얼굴로는 도저히 알아차리지 못하던 사연을,

  등을 보면서 알게 되어 울어버리는 때가 있다.

  그만큼 등은 진실 가까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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