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자꾸만 깊어가네
저마다 고운 빛깔로 익어 손짓하는 가을
떠날 때 떠나더라도 우리는
이토록 따숩게 손잡을 때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부드러운 가슴 열어 품어줄 것만 같은 구름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동공에 빼곡히 담고 또 담네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해도
아직은 떠나보낼 수 없는 인연들
갈꽃의 소담한 웃음
탐스럽게 익어 유혹하는 열매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심장 뛰는 소리 들켜가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
가슴에 가을을 적고 또 적네
- 素殷 김설하
季刊 [대한문학세계] 詩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詩부문 신인상
[한비문학] 수필부문 등단
시인과 사색 同人
(사)창작예술인협의회 정회원
詩集으로, <꽃잎에 웃음을 쏟다> (2009 시선사刊)
<감상 & 생각>
“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해도
아직은 떠나보낼 수 없는 인연들 ”
地上의 모든 걸 수렴收斂하는 계절의 풍경은
터무니 없이 쓸쓸하긴 하지만.
그 쓸쓸함이 닿지 않는 곳, '따스한 가슴'에 간직하는
시인의 가을이 곱습니다.
시를 따라 가다가, 저 역시...
가을, 그 낙엽의 공간에서 세월이 저버리는 것을 펼쳐놓고
마음속에 환하게 뜨는 그리운 얼굴들을
(시 덕분에) 두꺼운 벽이 사라지는 가슴에 적고 또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