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 최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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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3회 작성일 21-10-18 05:09본문
잠 / 최호일
어떤 배경은 은박지처럼 만지는 대로 구겨졌고
어떤 소리는 너무 얇아서 쉽게 찢어진다
새들은 늘 땅에 떨어지고 난 후에도
후회하며 검은 옷을 입고 다시 새가 된다
비가 오는 날에도
가본 적 없는 골목들은
크고 둥근 공들을 계속 따라다닌다
나는 어디쯤 있을까
두리번 거리면
이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하나 하나 다 잡아볼 수 없어서
돌 위에 앉아 있다
백조가 있다면
세상의 검은 호수와 호수의 물결들이 하나하나 모여
아주 큰 호수가 되고
검은 물이 다 흘러내려
하얗게 될 때까지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나 혼자 살아온 것 같다
손을 다 잡아보았다면
나는 그곳의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 최호일 : 1958년 충남 서천 출생, 2009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 등
#,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이성의 활동은 불가능한데
꿈결이나 죽음 속 같은 생각이 든다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로 받아들에되는 기이한 현상
현실이 아닌 허상이라는 짐작은 어디서 온 것일까?
검은 호수의 물결들 그리고 백조
나는 이 곳에 있지만 어울리지 못하고 思惟만 흐를뿐
바라만 본다
괴기스러운 풍경이다
독자가 끊질기게 붙잡고 싶어 하는 詩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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