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닦다/문성해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을 닦다/문성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7회 작성일 21-10-23 17:06

본문

  방을 닦다 




  문성해





  이른 아침 방을 닦네

  길게 자루 달린 걸레는 두고

  오래된 수건을 적셔 방을 닦네


  이처럼 오래 자신을 쓸고 비워낸 자가 또 있을까

  이것은 십년 전 이사 때 난 생채기

  대체 이 얼룩은 어디서 날아든 거지?


  밤새 등이 눕던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내가 누운 나를 들여다보듯 방을 닦으면

  방바닥이 거대한 거울 같네

  거울의 구석구석도 이리 자주야 닦진 않지만


  이 방을 닦을 땐 무릎을 꿇어야지

  갸웃거리는 풀과

  간지러운 모래들 대신

  묵직한 방구들과

  습진 가득 찬 내 등을 얹게 된

  이 지구를 닦을 땐 무릎을 끓어야지


  무릎을 꿇고

  방을 닦아본 사람은 아네

  내리뜬 눈과 구부린 심장 속에도

  방이 있다는 것을

  그 방들이 홀연 닦이고 있다는 것을

  

  고즈늑한 이 방들 속으로

  바람이 흘러와 책장을 넘기네

  나비가 사뿐 경대 위에 앉네


  - 시집 < 입술을 건너간 이름>에서, 2012 -




- 어쩌면 하찮은 것일 수도 있는 방 닦는 행위를 통해,

  시인은 지구를 닦는다는 의미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위대한 것을 말한다고 부러 위대한 단어를 사용치 않는 현자처럼,

  위대한 것은 일점일획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우주와 같은, 찬란한 단어만 골라 쓴다고 위대한 시가 되는 게 아닐진대,

  그러니깐 시는, 제 방바닥을 먼저 닦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시인의 시들은 그런 의미로 단단하고 아름답고 위대하다.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87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 0 01-25
28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10-23
28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 0 09-17
28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 09-13
28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0 08-08
28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 08-01
28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4-25
28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1 04-14
27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1 02-24
27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1 02-10
27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1 01-25
27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 0 01-22
27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1 01-21
27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1 01-18
27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 1 01-13
27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 01-08
27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 1 12-31
27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2 12-19
26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 12-15
26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1 12-10
26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2 1 12-07
26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 12-05
26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 12-04
2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0 12-01
26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0 11-29
26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 11-24
26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1 11-21
26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1 11-20
25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1 11-18
25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6 0 11-15
25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 11-13
25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 1 11-12
25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1 11-10
25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8 1 11-09
25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9 1 11-07
25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11-03
25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1 10-30
25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 10-29
24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 1 10-27
24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0 10-26
열람중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1 10-23
24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1 10-22
24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1 10-21
24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0 10-17
24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1 10-10
2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 1 10-02
2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1 09-30
24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0 09-26
23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 09-25
23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 0 09-2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