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닦다/문성해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을 닦다/문성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4회 작성일 21-10-23 17:06

본문

  방을 닦다 




  문성해





  이른 아침 방을 닦네

  길게 자루 달린 걸레는 두고

  오래된 수건을 적셔 방을 닦네


  이처럼 오래 자신을 쓸고 비워낸 자가 또 있을까

  이것은 십년 전 이사 때 난 생채기

  대체 이 얼룩은 어디서 날아든 거지?


  밤새 등이 눕던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내가 누운 나를 들여다보듯 방을 닦으면

  방바닥이 거대한 거울 같네

  거울의 구석구석도 이리 자주야 닦진 않지만


  이 방을 닦을 땐 무릎을 꿇어야지

  갸웃거리는 풀과

  간지러운 모래들 대신

  묵직한 방구들과

  습진 가득 찬 내 등을 얹게 된

  이 지구를 닦을 땐 무릎을 끓어야지


  무릎을 꿇고

  방을 닦아본 사람은 아네

  내리뜬 눈과 구부린 심장 속에도

  방이 있다는 것을

  그 방들이 홀연 닦이고 있다는 것을

  

  고즈늑한 이 방들 속으로

  바람이 흘러와 책장을 넘기네

  나비가 사뿐 경대 위에 앉네


  - 시집 < 입술을 건너간 이름>에서, 2012 -




- 어쩌면 하찮은 것일 수도 있는 방 닦는 행위를 통해,

  시인은 지구를 닦는다는 의미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위대한 것을 말한다고 부러 위대한 단어를 사용치 않는 현자처럼,

  위대한 것은 일점일획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우주와 같은, 찬란한 단어만 골라 쓴다고 위대한 시가 되는 게 아닐진대,

  그러니깐 시는, 제 방바닥을 먼저 닦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시인의 시들은 그런 의미로 단단하고 아름답고 위대하다.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87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 2 07-25
28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2 12-19
28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1 09-01
28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1 09-30
28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1 01-13
28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1 07-13
28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0 1 09-03
28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1 10-02
27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1 01-18
27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 07-22
27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 1 08-11
27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1 09-04
27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1 10-10
27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1 11-18
27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1 01-21
27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 1 07-23
27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1 11-20
27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1 10-21
26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1 11-21
26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 1 01-25
26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 06-10
26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1 08-16
26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3 1 10-22
2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7 1 02-10
26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1 06-11
열람중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5 1 10-23
26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5 1 02-24
26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 1 06-13
25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2 1 08-18
25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 09-14
25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1 04-14
25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2 1 06-14
25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1 09-15
25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 10-27
25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2 1 02-08
25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4 1 06-15
25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5 1 07-31
25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1 10-29
24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1 12-05
24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1 06-17
24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1 08-22
24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 1 09-19
24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 10-30
24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4 1 12-07
24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1 01-10
2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1 06-19
2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1 09-20
24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 1 12-10
23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1 07-08
23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0 1 08-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