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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눈/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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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0회 작성일 21-10-29 20:28

본문

  눈 




  이영광




  등나무 줄기는 제 몸을 사뿐 

  공중에 들고 있다

  바람의 톱니가 자르러 온다 하나

  납땜하는 용접불꽃 같은

  흰 꽃이 선두에 있다


  버릴 수도

  다이어트 할 수도 없는 무게,

  구긴 헌옷 같은 사내 하나

  스포츠 신문을 덮은 채

  벤치에 쓰러져 있고


  등꽃들, 얽히고설킨 제 무게를 여전

  번쩍 들고 있다

  눈에 불을 켜고


  느닷없이 컨트롤을 완전히 잃어버린 투수,

  그라운드를 떠나자마자 폐인이 된

  메이저리거에 관한 기사를

  초롱초롱 읽고 있다


  옆자리 노인이 티 없이 맑은 눈으로

  정신이 나갔다가 들어올 적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다

  공중에 뜬 그의 집이 나직이 드리운

  그늘 아래서


  - 시집 <그늘과 사귀다>에서, 2019 -






- 살다가 느닷없이 컨트롤을 잃어버리는 건 메이저리그 투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구멍 난 스포츠 신문처럼 공원의 어딘가에서 구겨진 채 살 것인가.

  아님 등나무 흰 꽃처럼 제 무게를 견디며 살 것인가.

  공원의 풍경이 초롱초롱 우릴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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