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여인숙 / 손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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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6회 작성일 21-11-15 04:40본문
눈보라 여인숙 / 손순미
마당 입구 측백나무 남편처럼 버티고 섰어도
객지에 지쳐 기어드는 사내들에게
따뜻한 잠의 젖을 물리던 여자
늙어 더 이상 나올 젖이 없는데도 그 여자
아직도 브래지어 같은 문 열어놓고
석유난로에 겨우 몸을 녹인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실망할 때쯤
눈보라가 도착했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울고 왔는지
눈물 범벅이 된 눈보라가
사내처럼 여인숙의 허리를 꼭옥 껴안는다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이런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추억이 삽입된 눈보라 여인숙 불이 훅! 꺼진다
백발이 다 된 여자의 처마 끝에서
밤새도록 고드름 젖이 뚝뚝 흘러 내린다
빨수록 배고픈 고드름 젖이 하염없이 녹아내린다
* 손순미 : 1964년 경남 고성 출생,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현대시학> 등단, 시집 <칸나의 저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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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또 말했다 "존재는 시간이다" 라고
화자는 자연과 어울어진 세월(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눈보라와 창녀로 연출 된 가슴 뭉클한 사연들은 정겹기도 한데,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生의 애환이 윗트와 해학이 곁드러진
질퍽한 리비도로 도출됨은 화자의 해박한 재치가 아니겠는가!
가야금줄 튕김 같은 울림은 긴- 고독에서 오는 법
현실 박탈감에서 오는 늙은 창녀의 때늦은 회한은
"내 인생의 팔할은 바람이다" 외친,
미당 서정주 시인의 깊은 술회를 생각나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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