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대/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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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3회 작성일 21-11-21 18:57본문
영화시대
김경미
찔려도 괜찮아. 칼날이 뒤로 밀리게 되어 있어.
이 피는, 먹어봐, 토마토케첩이라니까
죽는 건 표정일 뿐이야 좀더 죽여봐
저 남녀노소 피난의 총알받이들, 다 일당제지
적들은, 사방에 거울 붙인 과일가게 알지?
몇배의 상법을 썼을 뿐이야
겁내지 마 아무것도 폭파 따위
절벽 밑 바다 속에는 그물이 받쳐줄 거야
휙, 새처럼 가볍게 좌절해봐
어때 평평한 지구 위를 기는 재미가
요렇게 돌리면, 봐, 거뜬히 가파른 암벽타기 중이잖아
믿지 마 안약이야 흥분하지 마
살색 스타킹 입은 사랑이야
- 시집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에서, 1995 -
- 관객의 감정을 가장 극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영화는 온갖 허구의 장치를 사용한다.
그러나 감정만을 보여주면 이류, 삼류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명 감독은 이성과 지성이란 걸 영화에 스며들게 해서
감정의 이유를 설명한다(어떤 경우 설명하지 않는 척하며 설명한다).
거기에 동의하면 공감의 눈물을, 생뚱맞으면 비웃음을 던진다, 관객들은.
그런데
시가 이류가 되느냐 삼류가 되느냐 일류가 되느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감정과 장치와 이성의 조화로운 문장이,
시의 표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후에 독자의 갖가지 표정이 따라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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