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김수우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하필/김수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9회 작성일 21-12-15 13:14

본문

  하필 




  김수우





  문자가 왔다

  몇달 시를 배우다 연락 끊긴 경조씨가 하늘로 떠났단다

  근육병 앓던 장수씨 첫 시집 나오고 열흘 만에 흙이 되었단다

  하필, 하필


  오른쪽 왼쪽 구두처럼 두개 부고가 동시에 도착한

  순간, 무명 시인 두 죽음이 총성같이 나를

  뚫는데, 처음 본 몰티즈가 종아리를 물었다

  시의 이빨이 박혔다

  벼르고 벼른 듯

  죄를 묻는 그 뾰족함, 그 증발, 그 입체성


  노을이 왈칵 쏟아졌다

  파상풍을 걱정한다 시를 떠났는가 시에 도착했는가

  절룩거린다 어느 하늘까지 날아갔는가

  소독약을 바른다 어디쯤서 바리공주와 마주쳤을까


  백살 넘은 사람처럼 웃던 그들은 눈치챘던가

  생이란 시커먼 멍이 잉크처럼 묻어나는 비밀 편지임을


  감염된 순례들은 보이지 않는 데서 분열하며 뭉치가 될까

  저 혼자 금 가고 저 혼자 아무는

  바람의 건반들

  향불도 없이 시의 그물눈들 어질어질 허공을 잇는다


  파상풍 주사를 맞았는데도 

  이빨 자국 선명한 피멍은 며칠째 부어오르고


  하늘 아래 누군가 시를 쓰고 있었다


  - 시집 <뿌리주의자>에서, 2021 -






- 요 며칠 동안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다.

  읽다가 자꾸 이 시가 눈에 밟혔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란 생각에 속이 꿈틀거려왔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왔던 파상풍처럼,

  아직도 내게, 장미 가시의 가느다란 침투에도 

  반응하는 감각이 남아 있음에 안도했다.

  내게서 감수성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흙이 되어버릴 것이므로.

  그리고, 지금도 하늘 아래 누군가는 시를 쓰고 있을 것이고.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7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9 1 07-07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3-22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3-18
415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3-15
415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3-14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3-08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3-03
415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1 02-18
414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2-16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2-11
414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1 02-04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02-03
414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1-29
414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3 01-28
41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1-26
41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01-25
414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1 01-22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2 01-20
41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0 01-19
41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1 01-14
413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1-08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1-03
413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12-24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0 12-22
413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12-21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 12-07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12-03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 11-30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1-23
412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1 11-18
41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11-17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11-16
412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11-15
412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11-14
412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1 11-11
41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11-10
41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11-06
41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11-03
411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2 10-31
41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2 10-28
41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0 10-23
41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0 10-19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10-14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10-06
411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0-05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 0 10-04
41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1 10-02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0 09-21
41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 09-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