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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머나먼 교전 /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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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9회 작성일 22-01-0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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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교전 / 김지민


고구마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화면 속에 건물 잔해가 나뒹군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쳐 피하지 못해 연기 속에 파묻힌 사람들이 있다 들것에 실려 화면 밖으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붉은 모자이크를 덮고 일렬로 누운 사람들이 있다 새까만 발바닥과 발바닥


입안에서 고구마가 굴러다닌다


당장의 고구마 나에게 닥친 고구마 입안에서 벌어지는 고구마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게 달려

드는 고구마 어찌할 도리 없이 달고 뜨거운 고구마 정말 큰일이야 어쩌면 좋아 나는 고

구마를 피해 달아다가 고구마를 살살 달래보다가 고구마를 이로 잘게 부수면


불타는 시가지를 바라보던 남자가 이쪽을 돌아보며 손을 뻗는다 잡아달라는 듯이

잡아보라는 듯이


화면은 좌우로 흔들린다 끝이 난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으깨지는 노란 속살 서서히 녹아 사라진다

멀어지는 총성처럼 교전 영상 속에 살던 사람들처럼 고구마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입안에 감도는

희미한 단맛, 교전보다 오래 지속되고

입안이 얼얼하다


입 사이로 연기가 풀풀 피어오른다 나는 평생 전운을 느껴본 적 없고 달다 혼자 중얼거린다


* 2020년 <현대문학> 당선작 중에


#,

달디단 고구마의 미각과 참혹한 전장의 시각이 뒤범벅이 된 이미지


평범 속에서 끄집어내는 정취가 이채롭고 흥미롭다 

화자는 고구마먹는 자신의 모습과 텔레비전 화면 속의 전장 장면을 

뒤섞어 묘사 하고 있는데,


( 화면은 좌우로 흔들린다 - 노란 속살이 녹아 사라진다 - 멀어지는 

 총성처럼 - 입 사이로 연기가 풀풀 피어오른다 )


극과 극의 관념이 부딪쳐 연결되면서 잘 버무려진 비빔밥 같은 화려한 

말(言) 잔치가 화자가 드러내려는 의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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