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교전 / 김지민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머나먼 교전 / 김지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8회 작성일 22-01-03 07:58

본문

머나먼 교전 / 김지민


고구마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화면 속에 건물 잔해가 나뒹군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쳐 피하지 못해 연기 속에 파묻힌 사람들이 있다 들것에 실려 화면 밖으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붉은 모자이크를 덮고 일렬로 누운 사람들이 있다 새까만 발바닥과 발바닥


입안에서 고구마가 굴러다닌다


당장의 고구마 나에게 닥친 고구마 입안에서 벌어지는 고구마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게 달려

드는 고구마 어찌할 도리 없이 달고 뜨거운 고구마 정말 큰일이야 어쩌면 좋아 나는 고

구마를 피해 달아다가 고구마를 살살 달래보다가 고구마를 이로 잘게 부수면


불타는 시가지를 바라보던 남자가 이쪽을 돌아보며 손을 뻗는다 잡아달라는 듯이

잡아보라는 듯이


화면은 좌우로 흔들린다 끝이 난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으깨지는 노란 속살 서서히 녹아 사라진다

멀어지는 총성처럼 교전 영상 속에 살던 사람들처럼 고구마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입안에 감도는

희미한 단맛, 교전보다 오래 지속되고

입안이 얼얼하다


입 사이로 연기가 풀풀 피어오른다 나는 평생 전운을 느껴본 적 없고 달다 혼자 중얼거린다


* 2020년 <현대문학> 당선작 중에


#,

달디단 고구마의 미각과 참혹한 전장의 시각이 뒤범벅이 된 이미지


평범 속에서 끄집어내는 정취가 이채롭고 흥미롭다 

화자는 고구마먹는 자신의 모습과 텔레비전 화면 속의 전장 장면을 

뒤섞어 묘사 하고 있는데,


( 화면은 좌우로 흔들린다 - 노란 속살이 녹아 사라진다 - 멀어지는 

 총성처럼 - 입 사이로 연기가 풀풀 피어오른다 )


극과 극의 관념이 부딪쳐 연결되면서 잘 버무려진 비빔밥 같은 화려한 

말(言) 잔치가 화자가 드러내려는 의지인 듯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48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84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8-18
84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10
84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 08-01
84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7-25
84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7-18
8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7-11
84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7-04
84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6-27
8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6-20
83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6-13
83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6-06
83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5-30
83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5-23
83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5-16
83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5-09
83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5-02
83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0 04-25
83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4-18
8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4-11
82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4-04
82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03-28
82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 03-21
82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 03-14
82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3-07
82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 02-28
82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 02-21
82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0 02-14
82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02-07
82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 01-31
81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0 01-24
81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 0 01-17
81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 0 01-10
열람중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0 01-03
81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 12-27
81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0 12-20
81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 0 12-13
81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 12-06
81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11-29
81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 0 11-22
80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11-15
80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0 11-08
8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 0 11-01
80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0 10-25
80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10-18
8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0 10-11
80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0 10-04
8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09-27
80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 09-20
80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 09-13
79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 09-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