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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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9회 작성일 22-01-31 07:47본문
마스크 / 서안나
얼굴은 실행하는 것이다
나의 세상은 눈동자만 남았지
턱을 지우고 코와 입술과 뺨을 지우면
마스크
내가 확장 돼
마스크를 쓰면
세상의 상처가 다 보여
마스크는 나의 의지
모두 아픈데 모두 웃었어
의사가 말했지
실패가 가장 완벽한 치료법이라고
실패한 웃음을
마스크 속에서 숨겨둘게
외부를 번역하면 바이러스 맛이 나
마스크 속에
내가 되고 싶은 내가 있어
미소가 부딪혀
당신이 버린 얼굴이 부딪혀
마스크는
나에게 집중하는
표정의 기술
나는 표정이 많아
나는 출구가 많아
* 서안나 : 1965년 제주출생, 1990년 <문학과 비평>등단
도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등 다수
#,
근 3여년 동안 온 세상에 만연 된 코로나19는 마스크라는
희대의 괴물을 등장시켜 얼굴없는 사람만 활보하는 변이
된 세상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화자의 대표작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에서의 기법처럼
화자 특유의 기술로 마스크로 인해 변형된 인간의 모습을
석공이 돌을 쪼아 다듬듯 독자의 내면에 새겨놓고 있는데,
너와 내가 마주 앉아 이야기 하듯 다정다감 하면서 짧고 단
단한 행과 연에서 분출되는 일그러진 인간상의 묘사는 칼날
처럼 예리하면서도 꽃을 찾아드는 나비처럼 서정적 정취를
풍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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