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정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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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2회 작성일 22-02-10 12:37본문
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정다연
해변에 가자
혼자라면 발자국이 두개, 아롱이 밤이와 함께 걸으면 발자국이 열개
스무개, 서른개 ......
셀 수 없는 무늬로 모래사장을 물들이자 파도가 다가와서 열개의 다리를 적셔도 멈추지 말자 첨벙첨벙 발을 구르자 각자의 감촉으로 햇살 아래 몸을 말리자
개 반입 금지
현수막을 운동장에서, 거리에서, 해변에서 만나게 된다 해도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코너의 벚나무까지 달리기, 창 너머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멈추지 말자
비에 젖은 흙냄새, 실밥이 뜯긴 야구공, 풀숲에 뛰어들기를 끝내지 말자
열개의 다리로, 수많은 풍경 속에 발 담그기를 계속하자
바람에 흩날리는 제각각인 우리의 빛깔을 그림자와 이으며, 킁킁 가끔 뒤돌아 서로를 확인하면서
모르는 길 밖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가볍게 가볍게 땅에 그어진 선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으며
이 걷기를 계속하자
- 시집 <서로에게 기대어 끝까지>에서, 2021 -
- 그래,
아무리 궁싯거리며 고민해봐도,
이 걷기를 그만두어선 안 되겠단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내가 서 버리면,
숲도
바람도
파랑새도
나의 반려견도
나의 사랑도
모두,
서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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