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흉터/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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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8회 작성일 22-02-21 08:27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0218)
그의 흉터
유홍준
흉터는 뚜껑이다
흉터는 자물통이다
흉터는 그로부터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다
뚜껑 중의 뚜껑,
한 인간을 잠그고 있는 흉터는
아무도 열지 못한다
만능열쇠마저 소용없다, 금고털이도 불가능하다
흉터는 외부에서 열지 못하는 뚜껑이다
흉터는 그의 밀실이다
흉터는 바깥에 열쇠 구멍이 없다
흉터는 늙은 수리공마저 포기한 열쇠로 잠겨 있다
흉터 속에 그가
열쇠를 움켜쥐고 들어가 웅크리고 있다
(시감상)
상처가 아문 후에 피부에 남은 자국을 흉터라고 한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흉터들. 흉터는 내 안의 것이며 내가 만든 완고의 표상이다. 시인의 말처럼 바깥에 열쇠 구멍이 없는, 내가 내 안에서 열어야 하는 것이 흉터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몸에 있는 흉터를 살펴보자. 여전히 그 안에 내가 매몰되어 있다면 이제 그 속의 나를 꺼내야 한다. 흉터는 흉터일 뿐이다. 누구나 남을 수 있는 흔적일 뿐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남 산청, 시와 반시 등단, 28회 소월문학상 수상, 시집 (저녁의 슬하)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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