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물이야/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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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0회 작성일 22-03-07 09:46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022.03.05)
꽃나물이야/이정연
나물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알고 있다
쭉정이 한 줄 허용하지 못하는
작은 한숨 한 줄 지나가며 솥을 데운다는 것을
사실은 말간 그릇에 담긴 몇 젓가락의 나물 찬에
이슬이 녹을 때의 간지러움이나
오월의 빛나는 맑은 햇살,
빗방울 통통 두드리는 다정한 안부
새가 휙 날아가며 떨어뜨린
씨앗의 껍질을 이마로 맞으며 키를 키우던
방글거리던 잎사귀의 웃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수다스러워 좀체 고요해지지 않는 것들 말이야
애를 끓이는 사랑이 부르는 말은 꽃이야
꽃에게 꽃이야 라고 부르면 아니
꽃에게 꽃밥과 꽃나물을 먹이면
우리의 꽃들이
꽃처럼 웃을까봐
그 입 한 번 보려고
그 눈 한 번 보려고
꽃나물이야
꽃나물 지어 놓고는
(시 감상)
엊그제 엄동이더니 아침 산길에 초록이 듬성듬성 새 움을 틔우고 있다. 남녘 어디 매화향이 들린다. 봄동을 무치며 봄을 맞이한다. 마음이 한가득 봄을 머금고 있다. 나물 반찬에 하루를 시작하면 멀리 봄꽃들이 보일 것 같다. 꽃을 꽃이라 부를 수 있는 마음이 봄이다. 봄은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의 몫이다. 꽃을 보며 꽃밥과 꽃나물을 무치는 시인의 마음이 봄이다. 봄이 어느새 제 그림자를 키우고 있다. 웃자 웃고 살자 꽃처럼. 봄이다. (글/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프로필
2016년 서정과 현실 등단, 시집 『비는 낮은 곳에도 동그라미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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