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다고 숨겨지는/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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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4회 작성일 22-03-21 12:24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022.03.18.)
숨겨진다고 숨겨지는/장옥관
앞서 가는 아내의 머리칼을 바람이 와서 헤집고 간다 물기 머금은 바람이
굴참나무 이파리를 허옇게 뒤집어 놓듯이
짐짓 못 본 척 해보지만 피할 도리가 없다
아내는 한 번도 염색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백발의 아내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예순이 된 아내의 머리가 늘 검
을 순 없겠지만 피할 도리 없이
곱다시 받아들여야 할 순간도 없지 않았다
아내 머리의 저 풀은 민둥산에서 다시 돋아난 것이다
시동 걸어놓고 병원 갈 아내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새 한 마리
차창에 툭, 떨어져 튕겨나갔다
눈썹이 없는 새였다 유리에 찔끔 피가 묻어났다
돌아보면 어이없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아내는 왜 흰 머리칼을 한사코 숨기려 할까 제 깃을 뽑아 비단 짰다는
옛이야기의 황새일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일까
눈이 멀도록 환한 대낮,
맨홀 뚜껑 아래 들끓는 복통 앓는 어둠을
(시감상)
3월 중순이다. 시간의 흐름은 언제나 같은 속도가 아닌 것 같다. 나이에 따라, 환경에 따라, 삶의 자세에 따라 시간은 변화무쌍이다. 당신의 시간은 지금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시간의 속도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머리칼을 염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과 생각을 먼저 젊게 만들어야 한다. 싱싱한 생각과 신선한 시선과 삶을 대하는 젊은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내 젊은 생각이 아내의 머리칼을 검게 만들 것이다. 삶이란 어쩌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아닐까? 봄이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프로필)
경북 선산, 단국대 대학원 문창과, 김달진 문학상, 시집(황금 연못)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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