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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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3회 작성일 22-03-28 08:17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022.03.25.)
사월/리산
외로워서 축구를 하고 외로워서 기차를 타지
외로워서 순록의 발자국을 찾아 미술관에 가고
외로워서 목화밭 너머 봄날의 묘비명을 적었네
어딘가 외로운 짐승이 외로운 짐승 옆에 앉아
오래된 기침을 하고 있을 때
함께 흔들 흔들거리는
느낌표와 물음표가 거꾸로 된 문장들
한 방울의 피가 필요해
잠의 변경을 서성이던 한 마리 짐승이
숫잠에서 깨어나
흥건해진 눈으로 바라다보는 눈
붉은 꽃잎 다 젖도록
(시감상)
사월은 꽃이 핀다. 목련이 핀다. 연분홍 진달래가 핀다. 모든 필 것들이 핀다. 그래서 더 외롭다. 필 것들은 피는데 정작 피어야 할 것은 필 생각조차 없다. 내 마음 속 응어리진 지난 겨울의 상처 망울이 여전히 망울로 남아 있는 것 같다. 하나둘 다독여보자. 인제 그만 외로움의 밖으로 나가자고 말을 건네자. 햇살이 제법 봄 흉내를 내는 날이다. 나도 나를 피워봐야 하지 않겠나. 겨울은 갔다. 봄이 왔다. 기차도 타고, 미술관도 가고, 무엇보다 길잃은 문장에게 길을 찾아줘야 할 것 같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프로필
동대 대학원 문창과 석사과정 졸업, 시안 신인상, 시집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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