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돋는 풀잎들에 부쳐/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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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1회 작성일 22-04-15 08:40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0415)
새로 돋는 풀잎들에 부쳐/ 이영광
되어야 할 일이 있다면 네가 작아지는 일
네가 작아지고 작아져서 세상이 깜짝 놀라고
여기에, 생략처럼 아찔한 것이 있구나
없는 줄 알았구나
하얗게 조심스러워지는 것
작아지고 작아져서 네가 부는 바람에도
아직 불어오지 않은 바람에도 철없이 흔들려
지워져버릴 것 같아서
용약(勇躍) 큰 걸음들이 그만 서버리고
없음인 줄 알았구나
숨 멈추는 일
되어야 할 일이 있다면, 단 하나인 네가 막무가내로
여럿이 되는 일
황야의 연록 홑이불,
골목의 이글대는 거웃이 되는 일
없음이란 것이 무수히 생길 뻔했구나
없음을 목격할 뻔했던 가슴들이
도처에서 막힌 숨을 토하고
여기에, 생략처럼 무시무시한 것들이 있었구나
있음이란 것이 정말 있구나
종아리만 하고 허벅지만 한 나무로 멈추는 일
백 년 이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들로 함께 걷는 일
한없이 작은 걸음으로
도처에서 커다랗게 활보하는 일
(시감상)
우주는 티끌 하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태초의 빅뱅 이후, 별이 태어나고 여전히 별은 소멸하고 태어나고 우주는 팽창 중이다. 수령 500년이 넘은 나무 역시 여린 잎에서 시작하였을 것이다. 지구는 우주의 기준으로 티끌이다. 하지만 그 속에 더 큰 우주를 꿈꾸는 여린 잎들이 무성하다. 산다는 것은 내 마음속의 여린 잎 하나 키우는 일이다. 꿈이라는, 희망이라는, 사랑이라는, 어떤 이름을 붙여도 싱그럽고 푸른 그 잎. 봄이다. 잎을 키우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북 의성, 고려대 문학박사, 노작문학상, 고려대 교수, 시집(아픈 천국)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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