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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별똥별 / 남진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6회 작성일 22-04-29 00:07

본문

그날밤

내 방 문턱에 지친 고래 한 마리 떠밀려 들어왔을 때

나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고래는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쿨럭이며 엄청난 물을 마루 위에 쏟아냈다

입 벌린 고래의 깊은 목구멍 저편에서

누군가 촛불을 켜들고 책을 읽고 있었다


내 망원경 속으로 떨어져내린 별똥별 하나

불꽃을 일으키다 타 없어지고

고래 뱃속 낡은 책상에 몸 구부리고 책 읽던 노인은

아무리 불러도 고개를 들지 않더니

책장을 얼굴에 파묻고 졸기 시작했다


망망한 우주의 대양을 떠돌다 풍랑을 만나

그날밤 내 방 문턱에 밀려온

고래 한 마리


한동안 쉬고 힘을 회복한 고래는

꼬리로 벽을 한차례 힘껏 내리친 다음

다시 물기둥 뿜어내며 창문을 빠져나가

유유히 밤하늘 저편으로 멀어져갔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아득히 멀리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은하계 별무리 사이를 헤엄쳐가는 고래의 숨소리였다


내 방은 고래 꼬리에 맞아 그어진 금만이

선명하게 남아 오래 빛나고 있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감상평 : 나도 고래 한 마리 키우고 싶다, 고래가 등에 태워주던 때가 얼마나 좋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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