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靑 / 오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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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 22-05-09 05:32본문
殺靑 / 오정국
이 문장은
팽팽하던 힘을 스스로 파멸시킨 흔적
길바닥에 떨어진
밧줄이거나
땡볕 끝에 쏟아진 소낙비 같다
몇 줄 더 뭉갰다면
어금니로 끊어냈다면
칼이나 돌, 詩가 될 뻔했는데
낙뇌 맞은 나무마냥 벌판에 서 있다
전율과 폐허를 한꺼번에 겪은 듯
아무 일도 아닌 듯
아무 일도 아니게
우듬지로 올라가는 물길을 끊고
우듬지에서 내려오는 푸른 빛을 삼켜버린
옹이들, 검은 상처의 혹 덩어리 같은데
나는 언제나
내게로 되돌아온 발걸음이었다
찬 서리 내리고
여름 한철 잎사귀를 털어낸
나무들, 상징의 간격이 뚜렸해졌다 붉은 열매는
더 붉게, 검은 씨앗은 더 검게
* 오정국 : 1959년 경북 영양 출생, 198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피묻힌 얼굴> 등 다수
#,
殺靑은 탱천한 분기를 칼로 무 자르듯 일시에 잘라내는 일
그것은 격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거나, 속박 또는 예속으로
처절한 울분을 품게 하는 일
화자는 깊은 내공으로 옹이를 주제로 살청의 이미지를 부드러
우면서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필자도 옹이를 주제로 서툰 이미지 한 줄 만들어 본다
*
모진 풍파에 부러진 나뭇가지
닳고 닳아서 앙상한 옹이가 되었다
옹이는 진력했다 분발 했다
재자리만 맴돌다 맺힌 恨 풀지 못한 채
울분만 남았다
한으로 뭉쳐진 옹이
불붙으면 격한 불꽃 일으키며 타오를 것이다
맺힌 울분 토해내는 거겠지
벅찬 감등은 벅찬 견딤에서 오는 것
저 옹이 언제 쯤,
검은 피 철철 흘리는 불꽃 한 송이 터트릴까?
산 너머 멀리 지친 기적처럼
오늘도 가쁜 숨 몰아쉬며 허덕이는 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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