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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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7회 작성일 22-05-10 13:20본문
하늘에서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나무에게서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새는 날아가고, 날개와 찬비를 머금은 이른 저녁에게서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귀뚜라미에게서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저녁엔 딸애의 머리를 감겨주고 빗겨주었습니다 흰 가르마 옆에 핀을 꽂아주었습니다 정수리 쪽으로 작은 오솔길이 나 있어 그 길을 다 걸어가보았습니다 둥근 애기무덤이 있었습니다
애기무덤에게서도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빌린 책의 서문을 읽다 말고 애기무덤에게로 가는 저녁 빗소리를 듣습니다 철새와 이른 저녁과 오솔길, 아무빗, 애기무덤이 있는 이 방이 있어 행복합니다 쓸쓸합니다 머리맡에 두고 읽는 책들입니다 돌무더기에서 젖은 돌을 골라 책장을 눌러놓고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빗소리에 깨어 돌을 치우고 다시 애기무덤을 꺼내 읽습니다
창비2012 고영민[사슴공원에서]
감상평 :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봄의 정치]를 읽었다
그의 시는 지극히 평범하여 시인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 백미 한 편은 골랐으니 운이 좋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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