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 김남주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잿더미 / 김남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4회 작성일 22-05-17 21:16

본문

꽃이다 피다

피다 꽃이다

꽃이 보이지 않는다

피가 보이지 않는다

꽃은 어디에 있는가

피는 어디에 있는가

꽃 속에 피가 잠자는가

핏속에 꽃이 잠자는가


꽃이다 영혼이다

피다 육신이다

영혼이 보이지 않는다

육신이 보이지 않는다

꽃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가

피의 육신은 어디에 있는가

꽃 속에 육신이 흐르는가

영혼이 꽃을 키우는가

육신이 피를 흘리는가

꽃이여 영혼이여

피여 육신이여


그대가 타오르는 불길에

영혼을 던져보았는가

그대는 바다의 심연에

육신을 던져보았는가

죽음의 불길 속에서

영혼은 어떻게 꽃을 태우는가

파도의 심연에서

육신은 어떻게 피를 흘리는가


꽃이다 피다

육신이다 영혼이다

그대는 영혼의 왕국에서

육신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그대는 피의 꽃밭에서

영혼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파도의 침묵 불의 노래

영혼과 육신은 어떻게 만나

꽃과 함께 피와 함께 합창하던가

숯덩이처럼 검게 타버리고

잿더미와 함께 사라지던가


그대는

새벽을 출발하여

폐허를 가로질러

황혼을 만나보았는가

황혼의 언덕에서 그대는

무엇을 보았는가

난파선의 침몰을 보았는가

승천하는 불기둥을 보았는가

가침몰과 불기둥은 무엇을 닮고 있던가

꽃을 닮고 있던가

피를 닮고 있던가

죽음을 닮고 있던가

그대는

황혼의 언덕을 내려오다

폐허가 가로질러 또 하나의

새벽을 기다려보았는가 그때

동천에서 태양이 타오르자

사천으로 사라지는 달을 보았는가

죽어버린 별

죽으러 가는 별

죽음을 기다리는 별

그대는 달과 별의 부활을 위해

새벽의 언덕에서 기도를 드려보았는가


그대는 겨울을 겨울답게 살아보았는가

그대는 봄다운

봄을 맞이하여 보았는가

겨울은 어떻게 피를 흘리고

동토를 녹이던가

봄은 어떻게 폐허에서

꽃을 키우던가 겨울과

봄의 중턱에서

보리는 무엇을 위해 이마를 맞대고

눈 속에서 속삭이던가

보리는 왜 밟아줘야 더

팔팔하게 솟아나던가

잡초는 어떻게 뿌리를 박고

박토에서 군거하던가

찔레꽃은 어떻게 바위를 뚫고

가시처럼 번식하던가

곰팡이는 왜 암실에서 생명을 키우며 누룩처럼 몰래몰래 번성하던가

죽순은 땅속에서 무엇을 준비하던가

뱀과 함께 하늘을 찌르려고

죽창을 깎고 있던가


아는가 그대는

봄을 잉태한 겨울밤의

진통이 얼마나 끈질긴가를

그대는 아는가

육신이 어떻게 꽃을 키우고

육신과 영혼이 어떻게 만나

꽃과 함께 피와 함께 합창하는가를


꽃이여 피여

피여 꽃이여

꽃 속에 피가 흐른다

핏속에 꽃이 보인다

꽃 속에 육신이 보인다

핏속에 영혼이 흐른다

꽃이다 피다

피다 꽃이다

그것이다!


창비1989 김남주[사랑의 무기]

감상평 : [사랑의 무기], [사상의 거처],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을 읽었다

그는 정치범인지 사상범인지 시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시를 짓는다

그의 시 중에서 위의 시는 김남주 시인의 근원이 불 같이 억세게 타오르는 성질을 담고 있다

그는 농민을 위해서 노래하기도 했고 감옥에 갇혀서 주고 받은 대화를 읊기도 했다

배울점이 있다면 죽기 전까지 자신의 옳곧은 초심을 잃지 않고 시를 대하는 마음자세일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61 1 07-07
4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 06-22
491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 06-18
49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06-15
490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6-12
49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6-08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6-08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4-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