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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소극삼장 /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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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회 작성일 22-05-17 21:19

본문

1. 공원

공원 벤치 위에 맹인과 소녀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 앞을 신문팔이가 호외를 뿌리며 지나간다. 소녀가 그걸 하나 줍는다.

맹인 : 뭐라고 써졌냐? 읽어봐라.

소녀 : 맨당 한문이라서 한 자도 못 읽겠네, 씨.

맹인 : 썩을 놈들, 우리말로 신문을 만들면 안 팔린다더냐. 이리 조바라.

(신문을 받아쥐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근처에 암도 없냐?

소녀 : 아까 그 사람이 오고 있어요, 이리로.

맹인 : (손을 내저으며) 아가 아가, 이리 좀 오너라.

신문팔이 : 난 아가가 아닌데요.

맹인 : 그럼 소년.

신문팔이 : 소년도 아닌데요.

맹인 : 그럼 어이 청년, 이리 좀 와주게.

신문팔이 : 청년도 아니고요.

맹인 : 나오는 목소리로 봐서 분명 어르신은 아니신 것 같고.

신문팔이 : 그리고 분명히 꼬부랑 늙은이도 아니고요.

맹인 : 그럼 뭣이라 불러줄까? 소년도 아니고 청년도 아니고.

신문팔이 : 청소년이라고 불러주세요.

맹인 : 옳거니, 청소년, 호외에 무엇이 났지?

신문팔이 : 죽었어요.

맹인 : 어떤 사람이?

신문팔이 : 사람이 아녀요.

맹인 : 그럼 짐승인가, 동물원의?

신문팔이 : 짐승도 아닌 걸요.

맹인 : 옳지, 새겠구먼. 천연기념물인 크낙새가 죽었는가?

신문팔이 : 크낙한 기념물에는 가까울 것 같지만 새는 아녀요.

맹인 : 사람도 아니다, 짐승도 아니다, 새도 아니다. 그러면 뭐가 있지, 신문호외에 날 만큼 떠들썩한 죽음이?

신문팔이 : 아저씨 저를 따라서 해봐요. 사람은 사람인데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고.

맹인 : 사람은 사람인데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고.

신문팔이 : 야수처럼 포악하고.

맹인 : 야수처럼 포악하고.

신문팔이 : 이리처럼 잔인하고.

맹인 : 이리처럼 잔인하고.

신문팔이 : 여우처럼 간사하고.

맹인 : 여우처럼 간사하고.

신문팔이 : 늑대처럼 탐욕스럽고.

맹인 : 늑대처럼 탐욕스럽고.

신문팔이 : 그래도 감이 안 잡혀요?

맹인 : 크낙한 기념물에 가깝고 사람은 사람인데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고 야수처럼 포악하고 이리처럼 잔인하고 여우처럼 간사하고 늑대처럼 탐욕스럽고.

신문팔이 : 그러면서도 부자들한테는 사랑받고.

맹인 : 그러면서도 부자들한테는 사랑받고.

신문팔이 : 그러면서도 가난뱅이한테는 미움받고.

맹인 : 옳거니 독재자군!

신문팔이 : 맞았어요! 이제 눈뜬 당달봉사도 독재자는 가난뱅이들의 적이고 바자들의 친구란 걸 아네.

맹인 : 그런데 소년, 아니 청년 아니 청소년 그게 참말인가?

신문팔이 : 헛말은 아니어요.

맹인 : 어떻게 죽었지?

신문팔이 : 빵. 빵. 빵. (총 쏘는 시늉을 하며 사라진다.)


2. 거리

기자1 : 이거 낭팬데, 어디서 찍지.

기자2 : 글쎄 시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시민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즐겁고 거리마다 술집마다 분위기는 들떠 있고 만원이고 흥청망청인데 어떻게 하지.

기자1 : 그래도 나라의 대빵이 죽었는데 이럴 수가 있을까.

기자2 : 누가 아니래. 개 같으나 소 같으나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말야.

기자1 : 아, 저기 슬픈 표정이 하나 오는군.

기자2 : (잽싸게 다가가서) 실례합니다 사모님.

여자 : 전 사모님이 아녜요.

기자1 : 죄송합니다 아가씨.

여자 : 어머 제가 아가씨로 보여요? 전 아가씨도 아녜요.

기자2 : 아, 그렇습니까. 그럼 뭐라 부를까요?

여자 : 그냥 여자예요.

기자1 : 아 그렇군요 아주머니 저는 xx일보 기잔데 한마디만 여쭤보겠습니다. 슬프지요?

여자 : ?

기자1,2 : (동시에) 그러니까 단군 이래 가장 위대한 지도자 대통령 각하께서 어셋밤에 서거하였습니다. 이제 슬프지요?

여자 : 전 지금 바빠요. 우리 집 강아지가 어젯밤에 죽었거들랑요. 그래서 지금 가축병원에 가는 길이에요.

기자1,2 : (동시에) 그렇군요. 과연 슬프겠습니다.

기자1 : 제기랄 어디서 찍지, 슬픈 표정을.

기자2 : 제기랄 어디서 찍지, 우는 얼굴을.

기자1 : 아, 저기 oo일보 강기자가 오는군. 슬픈 표정 많이 찍었소?

기자3 : 실컷 찍었지. 울고불고 야단난 분위기.

기자2 : 어디서 도대체 어디서 그것을 찍었소?

기자3 : 초상난 집에서.

기자1,2 : (서로 마주보며) ? !


3. 감옥 면회실

맹인 : 알고 있냐?

아들 : 뭣을요? 아버지.

맹인 : 아직 듣지 못했느냐?

아들 : 아버지 여긴 감옥이어요. 여기서 내 귀가 듣는 것이라고는 아침 저녁으로 문 따는 쇠붙이 소리 가까워졌다 멀어져가는 군화발 소리 매 때리는 소리와 매 맞고 지르는 비명소리뿐이어요.

맹인 :  갔다.

아들 : 누가 가요? 아버지.

맹인 : 뻗었다.

아들 : 참 아버지도, 뻗긴 뭣이 뻗어요?

맹인 : 골로 갔다.

아들 : 참 아버지도, 가긴 누가 가고 뻗긴 뭣이 뻗었단 말예요?

맹인 : 너를 여기다 처넣은 놈이.

간수 : 정치적인 얘기 하면 안됩니다. 집안 안부만 묻고 대답하세요. 잘 있냐, 잘 있다 이런 식으로.

아들 : 나를 여기다 처넣은 놈이 어디 한두 놈인가요.

맹인 : 그 중 한 놈이다.

아들 : 자유를 밀고한 놈인가요?

맹인 : 아니다.

아들 : 자유를 잡아조진 놈인가요?

맹인 : 아니다.

아들 : 자유를 때려조진 놈인가요?

맹인 : 아니다.

아들 : 자유를 불러조진 놈인가요?

맹인 : 아니다 자유를 살해한 놈이다. 일제 때는 관동군의 하사가 되어 조국의 독립을 살해하고 미군정 때는 CIA의 첩자가 되어 민족의 해방을 살해하고 4.19 이후에는 CIA의 사주를 받은 쿠테타가 되어 나라의 독립과 민중의 자유와 조국의 통일을 살해한 놈이다.

아들 : 어떻게 뻗었어요? 그놈이.

맹인 : 빵. 빵. 빵.

아들 : 만세, 민주주의 만세! 만세, 민족해방 만세! 만세, 조국통일 만세!


창비1995 김남주[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감상평 : 맹인과 소녀와 신문팔이와 기자1, 2, 3과 아들과 간수의 대화다

독재자의 죽음이 기정사실화가 되는 장면의 이야기가 재미를 준다

독재자가 누구라고 할 수 없지만 시인은 민주주의, 민족해방, 조국통일을 외친다

정치에 문외한으로서 시를 읽는 위트와 난센스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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