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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꽃, 목을 드리우다 / 김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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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9회 작성일 2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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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 속에서 꽃이 나오게


발가락이나 손가락 아니면 낯선 기억이라도 좋아 나, 라는 이름들 중에서 하나를 면도날로 베어내고 싶네 잘하면 피가 순환할지도 모르지 면도날이 눈이 멀어 목을 향한다 해도 어쩔 수 없네 보이는 꽃은 축제지만 보여주기 위해 꽃이 자기 모가지를 길게 늘인다는 것쯤은 알지

쓰러지면서 하늘은 부고장 없이 별들의 부패를 전하고 별들은 벌써 공손하게 미라가 되어가네


나무가 무수한 비수들의 날을 세워 하늘을 겨눕니다

바람은 가시로 몸을 감쌉니다

빛은 흐트러진 채 기웃거리고

틈을 주지 않는 어둠속에서 꽃은 모가지를 내놓았습니다


썩은 꽃에서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꽃의 치욕이 창끝으로 튀어올라

꽃이 박힌 사람들과 꽃을 박은 사람들의 공모를

옆구리를 찔러 확인합니다


나무 아래 새들이 떨어져 있네 꽃이 비를 맞고 있네 배를 뒤집은 채 반쯤 물에 잠긴 꽃, 계곡 물살을 온 힘으로 버티네 흰 물뱀의 꼬리가 꽃을 말아감네 하늘이 깨지는 소리가 났지만 귀 있는 자들도 듣지 못했네


2. 자를 대고 줄을 그은 듯한 정사각의 시간과 공간에


산사의 구석진 방에 쥐 이빨이 흩어져 있다 응결된 물방울의 냉기가 떨어진다 튀어나온 철근 끝에서 녹물과 어둠이 기어나온다

새카맣게 타버린 밤벌레 소리와 꽃 사이로 계곡물 소리가 벽을 허문다 한덩어리로 뭉쳐졌다가 풀어진다 면도날에

잘려나간 내가 그 소리에 뛰어든다 소용돌이친다 수직으로 떨어지며 바위에 부딪힌다


벌써 허리까지 물이 찼어 여름이 떠내려가잖아 저렇게 촘촘한데 비와 비 사이를 바람이 빠져나올 수 있을까 비를 피할 자 아무도 없겠네 생명들 모두 눈이 멀었군 뼈와 살이 타는 냄새만 나면 누구나 갈증이 나는 걸까 몇몇이 벌써 휩쓸려갔지만 썩지 않는 살이 어디 있어 선택일 뿐이냐


곧 눈이 쏟아질 것이네


당신, 통통하게 살이 올랐나요 차가운 바람의 삼개월 동안 목숨 걸고 헤맸나요 바람을 기막히게 통과했나요 십이월 이십오일의 꽃을 말렸나요 당신, 나와 눈빛 마주치지 마세요 당신의 눈에는 흰자위가 없군요 검은 눈만 보이고 얼굴이 보이지 않네요 등짝에 다갈색으로 비상하는 새의 문신이 있다면 당신, 계절을 넘긴 새, 참샌가요? 일보직전의 죽음이에요 생각의 꼬리들이 굶어죽고 얼어죽고 창 밖으로 돌멩이 든 눈뭉치에 맞아죽는 것 좀 보에요 그런데도, 날개가 귀찮을 정도로 당신, 도가 텄군요 삼백개의 알을 낳을 건가요?


3. 눈 감은 꽃을 귀에 꽂고


새눈이 돋아나질 않네 눈꺼풀이 달라붙네 갈라진 빛의 계곡이네 전후좌우 위아래 안팎도 없네 누군가라도 서둘러 긴 계곡을 빠져나가시오! 고속촬영된 새눈의 경쾌함으로


이 계곡 끝에는 폐자재 쌓인 도시가 있을 것이네 도시 출구에 한 채의 궁성, 어둠에 뿌리를 박은 담쟁이줄기의 혈맥이 타올라 있겠네 꽃은 거기서도 출구 없는 길만 읽을 것이네


겨울이 되면 꽃은 가시에 둘러싸인 성문의 손잡이만 흔들다 갔네 얼어붙은 뿌리들과 날개 없는 새들과 떠돌지 못하는 바람과 다음날 아침의 금이 간 거울 같은 것들을 두드리다 갔네


꽃이 눈을 감네


계곡이 벽을 여네

웅크린 꽃의 등 뒤쪽에서 작은 바람이 이네 물소리가 벽을 타오르고 어둠이 한번 더 어두워지네

계곡을 떠멘 담쟁이가 마지막 어둠에 베이네

꽃이 목을 드리우네


창비2010 김명철[짧게, 카운터펀치]

감상평 : 그의 시집에서 싸움은 단골소재로 등장한다

부부싸움이거나 길거리싸움이거나 누군가의 싸움이 등장한다

그의 시는 매우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만

왜 시의 내용은 불길한 징조로 가득찬 것일까 의문이 든다

위의 시집을 읽고 나는 내가 가야할 방향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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