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거기서는 / 김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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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0회 작성일 22-05-21 00:01본문
꽃을 볼까?
공부하고 공부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잠 속에서 공부하고
거기서는 민들레 씨앗 후우 날려 볼까
냉이 꽃잎 따서 밥상 차려 볼까, 소꿉놀이할까.
학원 세 개가 모자라고
학원 네 개가 모자라고
거기서는 바람을 따라가
벚꽃, 살구꽃, 명자꽃
나무 아래에 떨어진 꽃 주워 담을까.
꽃다지, 애기사과꽃
두근두근 남몰래 따서
알록달록 꽃떡 만들어 볼까.
봄을 먹어 볼까.
따뜻한 물에 꽃잎 띄워
흐읍, 봄 향기 한 잔 마실까.
게임기 속 강아지
때맞춰 밥 주고 씻겨 주고
냄새나지 않는 똥 치워 주고
죽으면 살려 내고 죽으면 살려 내고
거기서는 하늘에 뜬 별처럼
반짝 빛나는 꽃들 찾아낼까.
콘크리트 틈새까지 핀 질경이꽃
밟아도 밟아도 살아나는 생명
발밑에 작은 꽃 밟으며 뛰어놀까.
거기서는 새끼노루귀, 애기똥풀
꽃 이름 불러 볼까.
부르기만 해도 입이 환해지는 이름
머릿속이 맑아지는 이름
몇 번은 친구처럼 불러 볼까.
공부만 잘하면 돼,
열심히 공부하는 게 최고 선물이야,
공부 공부 노래하는 어버이 가슴에
달아 드릴 게 없는데
거기서는 제비꽃 꺾어
사랑해요, 아빠 손가락에 꽃반지 끼워 줄까.
엄마 머리에 제비꽃 꽂아 줄까.
탱크 전투기가 마중하는 전쟁 기념관으로
현장 학습 다녀오고
호루라기 삑삑 불어 대는 훈련소로
극기 훈련 다녀오고
거기서는 봄 소풍 갈까.
초록빛 속으로 훨훨 햇빛 속으로 씽씽 달려 볼까.
거기서는 풀밭에 앉아 엉덩이가 풀빛으로 물들까.
선생님한테 꽃목걸이 걸어 줄까.
거기서는 꽃 따라 봄이 오고
꽃 따라 봄 가는 것을 알까.
학력 평가 문제집, 월간 학습지
2학기 총정리 자습서 내려놓고
해그름
외딴집 담장 밑에
바람이 오싹 추운데
"민들레야 넌 집에 안 가니?"
어설픈 담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왜 암말도 없니?"
"새엄마 꾸중에 쫓겨 나왔니?"
까욱까욱 까마귀도
집 찾아가는데...
창비2015 김미혜[안 괜찮아 야옹]
감상평 : [아기 까치의 우산], [아빠를 딱 하루만], [안 괜찮아 야옹]을 읽었다
김미혜 동시인은 꽃과 새의 이름을 많이 알고 위트로 풀어내는 센스가 있었다
위 동시인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 읽는 내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는 육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안 지켜서 미안했다
앞으로 채식위주로 식단을 짜고 해산물은 작은 것만 먹기로 약속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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