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下樓) / 김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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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22-05-22 07:16본문
하루(下樓) / 김선재
남김없이 쏟아진 날에는 낮은 쪽으로 가요 따라오지 않아도, 쫓아가지 않아도 새들은 날아올라서 나는 빗자루처럼 누워 언덕이 되죠 다다를 수 없어 언제나 거기 있고 굴러도 굴러도 여전히 여기로 돌아오는 할 일이
시간을 흐리고 할 말을 지우겠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미 여기 없다는 듯이
목이 길어진 하루가 하루를 물릴 때 잎사귀들은 굴러갑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들판, 한곳을 오래 보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거기 있고 책상 위에는 너무 많은 책이 있어 나는 자꾸 반대쪽으로 가요 느리게 이동하는 대기와 대지 사이의 당나귀들이 순한 귀를 드리운 쪽으로, 투명한 어둠 쪽으로
쥐고 있다 보면
오래 쥐고 흔들다 보면
더 이상 접을 수 없는 오늘의 공기는 푸른 유리병
나는 적막을 적요로 옮겨 적고요
잎들이 남은 햇빛을 쏟아냅니다 이제 남은 얼굴로 남은 손들을 더듬을 시간이에요 규격과 간격은 가장자리부터 낡아가고 침묵은 먼곳으로 번져가고 있으니
누군가 손을 들고 이쪽으로 건너올 때까지
건너간 이름들을 부르는
저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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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띤感想文
하루를 마치고 하루瑕累같은 일을 성찰해 보는 저녁은 참 행복한 일이다. 바닥은 바닥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다른 모든 것을 올려다볼 때
그때 참된 별을 보며 어깨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새들이 노을을 벗 삼아 고향을 찾아갈 때 비로소 빗자루처럼 누군가에게는 실루엣을 휘날리며 창문을 연다는 것,
염증은 염증 아니 적삼병은 적삼병으로 순간 벽을 만드는 황사가 몰려온다고 해도 깨끗이 닦을 수 있으면 푸른 잎은 자성하며 온몸 휘감아 도는 경계를 저버리는 것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미 여기 없다는 듯이
하루의 벽지를 찢어 수염을 뽑아 통화와 맞바꾸고 부푼 흰 덫을 침대에 얹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하루를 긁는다면 좌표는 분명히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수척한 낙타 등을 끄고 깊이 앉은 백골을 엄폐한 오후, 다 뜯긴 선을 일방적으로 긋고 치방에 유치한 후 이런 일은 결코 없어야겠다며 다 슨 녹을 걸어두는 것이다.
다시 또 사각 밀폐통 하나를 끄집어내어 본다.
그간 퉁퉁 불었을 그 어느 젓가락도 닿지 않은 엿의 반란 같은 것
질펀한 논둑이 쓰러지고 초원의 물길이 대지를 충분히 적실 때 물동이는 비로소 이런 일은 없어야겠다며 수수꽃다리를 내려놓는 것이다.
어느덧 숲길은 어둡고 새벽안개가 서서히 걷힐 때쯤에서야 그 뿔은 비로소 어둠의 끝자락을 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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