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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West Daegu / 김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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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2-05-23 00:03

본문

1

하나 둘 굴뚝을 세다가 비가 왔다 우리는 그날 누가 죽었는지 몰랐다 굴뚝은 검은 연기를 내뱉었고 우리가 구슬을 묻었던 곳에서 네잎클로버가 연달아 발견되었다 그날 우리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었고 비옷을 잃어버려도 되었고 동네를 몇바퀴나 돌아도 어른을 만날 수 없었다 주머니 속에서 시든 네잎클로버를 하나 둘 세다가 우리는 운동장에 와 있었다 미안해 죽은 줄 몰라서... 운동장에 남아있는 아이의 율동은 누구의 그림자를 빌려 입을까 우리 아이 정말 잘하죠 엄마들의 손뼉이 들린 것도 같았다


2

뭘 기르든 금세 죽이는구나 겨울이 너무 길었잖아요 손발이 앙상해지는 꿈은 아사를 갔는데도 따라와 있었다 아버지 화분은 모두 산에 옮겨 심었잖아요 소등한 병사들이 어둠 속에서 날마다 편지를 옮겨 적었단다 날이 밝으면 군화 속에 넣어두었다가 담배를 말아 피웠지 겨우내 연탄구멍이 식구들을 겨누었다 쉬쉬하면서 우리는 손발이 앙상해져갔고 그림자는 흰자만 남았다 달걀을 몰래 구슬과 바꿔오면 아버지는 저녁 반찬으로 구슬을 드셨다 꿈에서 한 약속이라도 지켜야 한단다 아버지 군화가 비었잖아요 마지막 발은 어디다 두셨어요 마지막에 옮겨 적은 건 누구의 편지였나요 아버지는 응답이 없었다 한뼘씩 빈집이 되어가는 집 꿈속의 손들이 나를 할퀴러 오기 전에 나는 수신인란에 통신두절이라고 적었다


3

솥에서 무덤 냄새가 났다 마을 사람들이 검은 물풀을 바라보며 말을 아끼는 동안 묘비에 새겨넣었던 이름이 호명되었다 천변 주위를 노란 새들이 맴돌았고 메기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구별되지 않았다 우리들은 같은 묘비의 이름을 받았다 우리가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어 꼭 내가 나를 부르는 거 같잖아 우리들은 서로에게 유령이 된 기분으로 검은 물풀 속을 돌아다니곤 했다 그날은 복사꽃이 가장 소란스러운 때였다 물풀에 거품이 일었을 때 마을의 미친 여자가 나를 꼭 껴안고 건져냈다 여자의 눈이 하얀 사기구슬 같았다 그날 이후 마을은 자주 기일이었고 솥물을 줄여나갔는데도 한동안 밥이 질었다 나는 빈집을 돌아다니는 여자가 다리를 절룩이는 것을 보았다


4

너의 엄마가 되고 싶구나 착한 계모가 되어 너를 기를 거야 달걀을 삶고 해충을 잡아주고 선물을 사줄 거야 오래 생각해온 일이란다 엄마는 친엄마인 걸 자주 잊었다 엄마에게 나는 자꾸만 여럿이었고 그중 하나인 나는 장롱 안에서 나방의 날개가루를 물에 타 마시며 놀았다 엄마 오늘은 무엇을 조심할까 엄마는 도로 머리가 아프구나 엄마를 조심하렴 엄마는 가루약을 먹고 하얀 물감에 갇혔다 검은색을 칠하면 엄마가 보였을까 엄마의 생일을 바꾸러 왔어요 엄마는 너무 일찍 태어났어요 외갓집에 엄마를 소개해주어야 하는 날이면 나는 친엄마의 먼 친척이 되곤 했다 애야 네가 아무리 멀어도 너의 엄마가 될게 엄마의 하얀 옷을 물려 입는 아이가 되렴 엄마의 눈은 눈물로 만들어진 구슬같이 운 걸 잊고 또 우는 거 같았다 


창비2013 김성대[사막 식당]

감상평 : 김성대 시인은 얘기를 잘 꾸미고 화법도 좋다

감수성도 좋고 할 얘기가 풍부하다는 건 배울 점일 것이다

위 시는 치매에 걸리신 부모님에 관한 내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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