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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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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3회 작성일 22-05-23 04:07

본문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 김경주


내 우주에 오면 위험하다

나는 네게 내 빵을 들켰다


기껏해야 생은 자기 피를 어슬렁거리다 가는 것이다


한겨울 얼어붙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며

눈동자에 살이 천천히 오르고 있는 늑대

엄마 왜 우리는 자꾸 이생에서 희박해져가요

네가 태어날 때 나는 너를 핥아주었단다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싶은걸요

네 음모로 네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삶이란다

눈이 쏟아지면 앞발을 들어

인간의 방문을 수없이 두드리다가

아버지와 나는 같은 곳에 똥을 누게 되었단다

너와 누이들을 이곳에 물어다 나르는데

우리는 30년 동안 침을 흘렸다 그사이

아버지는 인간 곁에 가기 위해 발이 두 개나 잘려 나갔단다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

매일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리는걸요

길 위에 피를 흘리고 다니지 마라

사람들은 네 피를 보고 발소리를 더 죽일 거다

알아요 이제 저는 불빛을 보고 달려들지 않는걸요

자기 이빨 부딪치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

너뿐이 아니란다


애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 김경주 시집 :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중에서


#,

네러티브를 읽으면서 

싸늘한 별빛아래 먼 마을의 불빛을 내려다보는 

외로운 늑대의 모습이 현실처럼 떠오른다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고 사냥꾼 추격도 받으며

어린 새끼도 지켜야하는 절박한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는데,

화자도 이런 기조를 품고 이미지를 구성 했으리라

곳곳에 도사려있는 살벌한 위험성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극단적 순간

그녀와의 속삭임까지도 위협이 되는 냉혹함 속에  

인간의 감성을 주입시키는 화자의 천부적 기치로 

독특하고 생경한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으며

인간과 짐승과의 태생적 관계도 탐색 해보고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 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


별빛만 싸늘한 눈 덮힌 산골짜기 

모스크 불빛처럼 타오르는 모닥불을 내려다보며

어미 늑대는 새끼 늑대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저 불빛은 죽음의 불빛 이란다

저 불빛은 가소로운 온정주의 낭만주의 자연질서 파괴범들이 

더러운 생을 영위하기 위한 위선의 불빛 이란다

허기에 지친 네 할아버지는 쓰레기통을 뒤지러 내려갔다

저들이 쏜 엽총에 맞아 돌아가셨고 

나는 사냥개에 쫓기다 한 쪽 다리를 잃었다

네 누이 둘은 덫에 치이고 올무에 걸려서 복사꽃 같은 피 

흘리며 끌려갔다

저들은 삼겹살을 생각하며 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백숙을 생각하며 닭에게 모이를 준단다

마치 성자처럼 은혜를 베푸는 듯이

                                                - 늑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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