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사과 / 김혜순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잘 익은 사과 / 김혜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2회 작성일 22-05-23 22:48

본문

잘 익은 사과 / 김혜순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등을 덮어주고 가네요

그 작은 구름에게선 천 년 동안 아직도

아가인 그 사람의 냄새가 나네요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깍아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

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

구멍가게 노망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그렇게 큰 사과를 숟가락으로 파내서

잇몸으로 오물오물 잘도 잡수시네요

 

 

鵲巢感想文

    여기서 잘 익은 사과는 상징이다. 그러니까 사과의 원래 관념은 없다. 다만, 시 끄트머리에 사과 본연의 의미를 잠깐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구멍가게 노망 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있는 모습은 시의 객체다. 마치 독자를 은유하며 시적 감화와 곧 미래에 죽음에 이르는 동반자와도 같은 사과의 일부를 예언한다.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큇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는 시의 청각적 요소를 살린 시적 교감이겠다.

    시인으로서 교감의 대상자를 만나는 일은 큰 행운이며 순간 영원한 삶을 또 잠시 느껴보는 일이겠다.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등을 덮어주고 가네요. 시의 시각적이며 촉각적 교감을 드러낸 한 부분이다.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은 시의 모호한 특성을 묘사한 부분이라면 내 손등을 덮어주는 일은 시의 감성적인 특성을 묘사한다.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 큰 사과가 소리 없이 깎이고 있네요. 자전거 바퀴처럼 바큇살 하나씩 뜯는 일 그것도 순차적으로 해체하며 마치 이 일은 골목의 모퉁이를 둥글게 만드는 것과 같은 작업이라면 시 감상은 소리 없이 깎이는 것과 같다.

    해체는 탄생의 지름길이며 노망 든 할머니가 곧 죽음을 향해 치닫는 작업이겠다.

    치통도 없는 어금니, 그 어금니 깨물 일 하나 없이 잇몸으로 오물오물 씹는 것보다는 그나마 수수꽃다리도 이런 것은 없을 것이다. 바득바득 오독오독 씹어놓았으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한 3년을 허비했다. 3년 더 늙었지만, 3년 더 젊어진 것 같다. 그만큼 어리다는 얘기다. 시인께서는 넓은 아량으로 보아주시길,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1건 5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2 0 10-22
4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3 0 10-31
4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2 0 11-14
4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9 0 11-23
4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6 0 11-29
4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5 0 12-08
4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3 0 12-16
4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6 0 12-24
4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 0 12-31
4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7 0 01-09
4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1 0 01-17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05-23
4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9-02
4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9-10
4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9-16
4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9-27
4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10-11
4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4-04
4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5-10
4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5-31
4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7 0 06-12
4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5 0 12-13
4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4 0 12-24
4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7 0 01-02
4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9 0 01-11
4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5 0 01-19
4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6 0 01-27
4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3 0 02-04
4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7 0 02-12
4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1 0 02-20
4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6 0 02-25
4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03-02
4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8 0 03-08
4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5 0 05-09
4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4 0 05-23
4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9 0 06-03
4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6 0 06-24
4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0 10-07
4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5 0 08-16
4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8 0 09-04
4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2 0 09-26
4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5 0 10-23
4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4 0 11-01
4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9 0 11-15
4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7 0 11-24
4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0 11-30
4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7 0 12-08
4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6 0 12-17
4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2 0 12-24
4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2 0 12-3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