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ㅡ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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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5회 작성일 22-05-26 21:19본문
냄비 속에 콩을 볶을 때
운명을 다하여 콩을 볶을 때
"푸르스름 녹두, 푸릇푸릇 완두, 조랑조랑 땅콩, 새카만 서리태,
알록달록 강낭콩,
노릇노릇 콩나물콩, 올망졸망 쥐눈이콩, 불그죽죽 팥,
삐죽삐죽 까치콩, 둥글둥글 메주콩"
냄비 속에 콩을 볶을 때
넥타이를 참으며 불꽃을 견딜 때
"푸르스름, 푸릇푸릇, 조랑조랑, 알록달록, 노릇노릇,
올망졸망, 불그죽죽, 삐죽삐죽"
냄비 속에 콩을 볶을 때
운명을 다하여 불꽃을 높일 때
넥타이를 자르며 모가지를 놓아달라고
"밥에 넣는 밥밑콩, 메주 쑤는 메주콩, 콩나물 내는 나물콩,
검다고 검정콩, 푸르다고 푸른콩, 누렇다고 누런콩,
네 눈 같은 쥐눈이콩"
냄비 속에 콩을 볶을 때
땅을 치고 울고 싶을 때
배꼽을 빼고 웃고 싶을 때
콩, 콩, 콩, 펄펄 튀며 무대 아래로 날아가고 싶을 때
다 콩이야, 콩,
콩, 콩, 콩,
그중 나는 튀면서 날아가는 메주콩이 될 테야
냄비 속에 콩을 볶을 때
맨발이 화상 입은 온몸이 되어 아, 아파!
아파서 무대 밖으로 튀어나가는 콩! 콩! 콩! 콩!
창비2006 김승희[냄비는 둥둥]
감상평 : [냄비는 둥둥],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을 읽었다
김승희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우아한 시를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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