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지 / 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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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6회 작성일 22-05-28 22:40본문
오이지 / 신미나
헤어진 애인이 꿈에 나왔다
물기 좀 짜줘요
오이지를 베로 싸서 줬더니
꼭 눈덩이를 뭉치듯
고들고들하게 물기를 짜서 돌려주었다
꿈속에서도
그런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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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띤 感想文
멍하니 앉았다. 그러다가 시집을 한 권 읽는다. 긴 소설은 부담스러워 그나마 짧은 시 한 줄 읽고 생각을 다듬는다. 한 며칠 시를 보지 않았다. 애인처럼 부르는 한 줄의 글귀에 낮이 밤 같고 밤이 낮 같다는 어느 여인의 숨소리를 더듬는다.
꾹 짠 오이지처럼 몸도 인생도 그렇게 왔다가 가는가 보다.
시들시들 읽는 낮은 낮인데 해는 떠 있고 마냥 떠 있고 꿈속에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미안했다. 본시, 틀어박은 삶이 좋아서 거저 안중에 없는 세상사, 가만 보는 자연이 그렇게 보지 않고 휘둘러 치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아버지가 생각나는 밤, 이제 사는 것도 지겨워하시며 밭에 앉아서 저 아래 수꼴 논 한정 없이 바라보시던 아버지, 이제는 하늘에서 내려다보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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