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동 / 김용락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망월동 / 김용락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4회 작성일 22-05-29 00:16

본문

망월동

옥중의 고규태에게


1

여름방학 보충수업 팽개치고

뜨거운 남쪽 도시를 찾아갔던

소낙비 속을 흠뻑 젖으며 금남로 지나

도청 분수대 뒤편의 광주출판사를 찾아갔던

그날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직선으로 내리꽂히는 비를 맞으며

그 봄에는, 비가 아니라 우리를 죽인 총탄이었을

그 흉기를 맞으며 출판사를 걸어나와

금남로 충장로 남일빌딩 뒤편

지금 다시 불타올라야 할 방송국 앞 소주집에서

오월시 이형이 사준 술을 마시고도

나는 취할 것 같지 않았다

그 밤은 전혀 잠들 수 없었다


2

망월동 가는 길

광주교도소 지나 한참쯤 걸어 흙먼지 길로 접어들면

푸른 벼포기 눈부신 빛깔과 엉머구리 소리가

피멍울처럼 배어나오는 눈둑길을 질러

망월동에 다다르는 길은

여름이면 이 산천이 모두 그러하듯이

쑥부쟁이 돌쩌귀 조밥꽃들이

너무나 순결하게 피어 있었고

너는 지난 봄의

보리밭 싸움에 대해서 간간이 숨을 끊어가며

그때 못자리 논에 짓밟혀

흙투성이가 된 채 끌려간 친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말없이 홀린 듯 숲을 향해서만 걸었다

망월묘지 가던 길


3

무덤 앞에서

죽음의 냄새가 채 사라지지 않은

팔월의 뜨겁고 끈적한 빛줄기가 나를 옭죄일 때

나는 숨막히는 듯한 갈증으로 목이 탔었다

살아생전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

그래서 더욱 그리운 형제들의 죽음 앞에서

소주 몇 방울 뿌려놓고 엎디었을 때

나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

'여보 당신은 천사였소

천국에서 만납시다'

그들의 진실 앞에서

살아 있음이 그렇게 욕되게 느껴졌을 때가

또 있었을까

종내 눈물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그곳

사랑과 역사

우리 나아갈 길을 다시 깨우치고 떠나온 곳

그때 두 손 꽉 움켜쥐던

너의 체온은 아직도 내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오늘 화살처럼 날아와 내게 박히는 소식 한 점

구속, 국가보안법 위반

그 엄청난 죄명은 망월동 가는 길목의 푸른 하늘

푸른 들판 꿈꾸며

푸른 세상 꿈꾸며 만들어낸

책 때문


창비1987 김용락[푸른 별]

감상평 : 그의 시는 70년대와 80년대에 멈추어 있었다

그의 시집으로 [푸른 별]과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를 읽었다

그는 푸른 별이라는 시집에서 엄청나게 파격적인 거침없는 시를 지었다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라는 시집에서는 그런 파격이 사라지고 정신도 없어졌다

나는 그가 바라는 세상에 산다는 이유로 과거를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아쉬움이란 언제나 세상이 변하듯 사람이 변하고 시인이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2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47 1 07-07
4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 04-18
41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 04-1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1 11-11
41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11-10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0 11-03
41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2 10-31
41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2 10-28
41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 10-23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0 10-19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0-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