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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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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옛 노트에서 /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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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4회 작성일 22-05-29 22:58

본문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얼띤感想文

    풀밭과 수런댐, 투명한 개울, 그리고 앵두, 저녁노을이 생각 나는 그립지 않을 무렵, 모서리 같은 시어는 단면적인 시적 공간미를 입체적으로 바꿔놓았다. 시는 어쩌면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다. 진솔한 얘기는 일기처럼 내면화의 과정이 필요하고 무덥던 여름을 지나 가을의 긴 시간을 표면화하는 작업은 서쪽으로 향하는 내 부끄럼 없는 앵두 하나쯤은 열 수 있겠다.

    시인은 노트를 내 품이라 했다. 두 팔 벌려 한껏 안을 수 있는 가슴의 자리다. 옛 노트에는 수많은 추억거리가 있을 것이고 지금의 뼈가 되었던 여린 살도 있을 것이다. 그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 옹색한 삶이었다.

    봄이 오고, 어느새 앵두가 익을 무렵 통제할 수 없이 순식간에 가버린 것이 시간이다. 나의 20년 전의 일기, 30년 아니 10년 전의 일기라도 있다면 그건 나의 젖줄 같은 앵두가 되겠다. 비록 써잘데기 없는 까만 봉지처럼 휙 던져버리는 날이 있어도 십자가처럼 내 마음의 위안이었고 타일과 같은 나의 해우소였으니 씩 웃으며 지는 해 바라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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