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 / 김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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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
유랑광대25
방울부채 영롱한 흔들림 따라
신당 가득 삭은 가슴 흩어져 날고
게다리소반 위에 뿌려지는 엽전
비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지만
만신의 점괘 누구에게나 똑같은
만신의 점괘 아무도 모른다
당신 부모덕 보기에 아예 글렀어 살붙이들 있으나마나 울타리 안되고 시리고 아린 몸뚱아리 어느 등걸에 의지해야 할지 가슴속 맺힌 한 피멍울로 삭이며 살아왔고 속은 타 이미 숯뎅이 된 지 오래니 이날 입때까지 살아오면서 당한 억울하고 절통한 사연 어찌 필설로 다하랴만 선한 끝은 있는 법이야 지금 호구지책으로 붙들고 있는 생업 때려칠까 말까 마련이 많겠지만 그거 놓으면 당신 소삼재 당하고 산 입 거미줄 칠 테니 아예 맘 고쳐먹고 힘겨운 신역이지만 그래도 뼛속진액은 빠져 검불 삭신 울화가 산맥 같겠지만 이 고비 지혜롭게 넘겨야지 이 고비 잘 넘기는 일도 우리 대왕님 공덕일 테니 부적 몸에 지녀 축귀하면 더 수월할 것이야
안되는 일 가지고 사람 탓하지마 그거다 운수 소관이지 사람 탓 아니야 사람 탓하면 그 사람 미워지고 미워지면 죽이고 싶어져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용서할 수 없다고 모진 맘 먹은 사람까지도 용서하 때 당신 평생도 우리 대왕님 넉넉하니 용서하실 게야
당신 말년은 썩 좋아 용이 물을 만나는 형국이니 좋을밖에 말년 좋은 게 좋은 팔자지 늙어 꼬부라진 팔자면 쓰겠는가 어디 가서 팔자타령 하지 마 사주팔자야 제 탓이지 철치부심 와신상담이면 올곧게 펴지지 않는 팔자 없기는 하나 말년 팔자 믿고 허랑방탕하면 그날이 그날 뜬눈으로 날 새고 당신 팔자는 또 오그라붙는 법이니 내 말 명심해 이게 다 우리 대왕님 말씀인 게야
그녀가 방울부채 흔들며
개다리소반 위
흩어진 엽전 한닢 한닢
정성스레 주워 모을 때
시리던 맘 더워지고
두 무릎 팽팽히 오르는 힘
신도들은 느낀다
창비1990 김윤배[떠돌이의 노래]
감상평 : 김윤배 시인은 무속신앙에 정통한 듯한 시를 많이 썼다
위의 시도 그런 시 중에서 한 편인데 일반적인 내용이지만 모르기에 올리게 되었다
무엇이 신앙심을 고취시키며 믿음을 배신하지 않을 점괘로 통하는지는 모른다
나는 무속신앙을 믿지 않으므로 아니 믿으면서도 점괘에 연연하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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