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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 김윤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1회 작성일 22-05-31 17:20

본문

1

날짜변경선이었다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가는 순간, 나에게서 나로 바뀔 때 두눈 꾹 감는다


나는 질척거리고 엉긴 뻘의 마음이었다 정렬한 서울발 직행버스 떠나고 팔을 발악적으로 휘저으며 그녀가 내 귓전 바닷가 갯방풍으로 시들 때까지


2

집으로 가는 길 망설이자 갯벌에서 나와 순신간 사라지는 게들은 햇빛 보면 금방 죽어요, 내 목소리에는 그런가 하는 남자가 달려나올 것 같았다 그리하여 구멍으로 들어갈, 잘라버리고픈 갑각류의 다리가 말랑한 한 시절 파먹고 있었다 삭제된 한쪽 귀의 아픔: 갉작이던 지껄임. 내 속에 따글따글 달라붙은 목소리. 기생하던 칩거의 영혼이 이제 거덜났음에도 빈 굴껍데기처럼


3

껍데기와 껍질로 설명해야 한다면 육체는 껍데기일까? 껍질일까? 나의 안식처는 어디일까?


4

고흐의 자화상은 그의 영혼을 잘라 그린 그림이고 누드는 그녀의 껍데기를 벗긴 그림이다

이명은 누구의 잘못이었나


5

철시 서두르는 상점들이었다 사람들 흩어지는 대합실 복도에서 혓바닥 뜨거워지도록 후룩ㅡ 시간 급히 빨아들이는 입과 담배 빠는 입, 그 언저리 시간 기다리는 그녀 있었다, 하면 말이다 나는 버스 계단참 그걸 훔쳐보던 남자 모양으로 앉아 그녀가 주문한 분식 거지반 다 먹고 조목별로 나란한 메뉴판 다시 건너보듯 세상으로 통하는 문 짚고 있었다 유리문 앞에서야 반대편 내 모습 훤히 보이므로


6

마음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것이다 굶을지언정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 있다면 그것은 발차신호인지 모른다 이제 그만 가자는 약속시간과 그저 급하게 허기 채우고 다시 오르는 발걸음에 그녀가 있고 그녀가 정작 자신으로 끼니 때웠다 아는 내가 있고 "어찌, 어찌, 아직 누가 안 탔어요" 시간 재촉하는 버스에서


7

일이 진행되는 추이가 아무려나


8

어쨌든 나는 그녀도 나와 같이 엉거주춤 내려서 떫고 끈기만 있는 바닷가 바람을, 그냥 시간으로 빨려들어가는 그해 여름 더러운 침낭에서 하는 잠자리 대화를, 이를테면 내 입속 침이 구역나서 그에게서 떠난 날 내가 전부 삼켜버리려는 그런 칩거를, 생각하는 것이다 출하고 싶은 매순간


9

! 그깟 일쯤 눈감아버리자! 일껏 먹고 산다는 것 이렇게 참혹한가, 돠돌아보기도 전 나는 훌쩍 그와 헤어졌다는 그녀의 생애 한 장면 파먹어가는 중이니


10

왜 그런 일. 그에게 받은 것 무참히 버렸다 생각했는데 빼내려 해도 빠지지 않는 날들. 나 야위어도 내 팔, 다리는 야위지 않으며, 기억 속에서 내가 없는 내가 종종 발견된다는. 순신간, 무수한 나로 늘어났다 사라지는 다종다양한 바닷가 갯것. 숨쉴 구멍 그것 덮고 마침내 사라지는 게딱지들, 골편 조각, 모래지치 닮은 흰 속살


11

발칙하게도 죽은 척 살아가는, 아무 일 없었던 모습으로 멀쩡히 보이지만, 진실로 숨길 수 없는 모든 것 믿어줄 수 있나? 혹 보게 되면 말해줄 수 있겠나? 햇빛은 치명적이라고...


12

누구나 나를 덮어주었음 하고 바라본 적 있다면 그건 또 하루가 뜨거워지고 있는 증거다 차광막은 없다 각화의 흔적. 지난날 갈무리하는 손톱만 길다 게걸스레 뻘 파먹은 다리 들어올린다 그러하니 해안에 주저않은 가랑이 그 부드러운 진펄 속으로 흑발 소녀 전부가 넘어진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느끼기 위해! 가장 편안한 자세로 숨쉬기 위해!


13

살아 있다는 느낌이 왔다


창비2011 김윤이[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감상평 : 김윤이 시인은 여자다

여자시인은 섬세하게 시를 조율한다

마치 비파를 연주하듯 가야금을 연주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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