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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움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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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5회 작성일 22-05-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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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여, 잘 살고 있는가

수십억년 지났으되 수십억년이 다 지난 것만은 아닌 살아 있음으로


셀수스 라이브러리 가는 길 우는 낙타가 나타났다

내가 소녀 그리고 혼자였을 때

마침 뱀무밭 가 흑염소를 만난 듯 우두망찰 섰다 갔다

부근 산야 무화과를 따먹고 셀 수 없이 철망 둘러진 먼지거리 걸었다 장사치도 노점 먹거리도 없는 거리 오직 그 열매 길 튼 그 길밖에 없었으므로 열망의 때 전

목마름 밟고서도 그 거리의 문법을 몰랐으므로

말과 글 사이에 낀 내 몫의 처사는 달게 받겠다 했다

유적지 파헤치는 무더위는 50도시 육박하고

죽음의 임박이 아니라면 견디지 못할 것 없기에 나의 체열덩어리로 낙타를 몰았다

입주름 만드는 열림과 죔, 여물주머니보다 질긴 시간이 요구됐다

통째로 미지근하고 척척해 상상이 필요한 구멍은 세계의 끝이냐? 동굴이냐?

지도를 간단히 반으로 접었다 방점 찍었다

타국과 본국에 간단히 구멍 뚫렸다

어느 책에선 석달열흘 죽으로 된 산 파헤치면 게으름뱅이 나라 입구라 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떠났다 갸륵다

죽으로 된 산 죽으러 간 산도 아니네

그 이름이 옮아붙도록 숨 트인 산 입구 찾기 위해

기어이는 산에 들련다 숨이여, 차라!

지도 따라 들어가며

여아때부터 새끼발가락이 죽은 나냐 아홉개의 산기운으로 절벅대는 나냐 작달막하고 더뎠던

그 더딘 걸음으로 고른 영혼에 발병 붙이고 가는 발목과 짊어진 어깨 실어 끌며 가슴 맺혀

폭염에 향과 맛 터트리는 여체냐

낙타 근골이냐 되새김질하노니

왜 덩치 큰 짐승은 풀 뜯고 거대해지고 멸종하는지


아, 어린 나 같은 것과 나는 성장이 닫힌 세계 안에서 동시에 울었노니


마침내 말과 글 감히 단정컨대 두 개의 충돌이나 결합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네


우리는 몇 겁을 거쳐 우연의 일치에 안착할 수 있다

암산이었다

한 걸음도 전진하지 않고 하룻밤 동안 감은 눈에서 카파도키아 계곡 세었네 아주 갈 수 없는 계곡을


오르솟아 융긴가 거무죽죽한 밤의 협곡인가

셀수스 라이브러리 산악지형 막아 낀 낙타가 울었다 두굴두굴ㅡ 굴러내리고 귀로 말다툼이 붙었다

그렇지만 너무 멀리 가진 마 가! 돌아오기 힘들단 말야

X를 근 손가락이 무더기로 달겨들었다 제멋대로들

너 따위가? 너 까짓이! 니미 니 현실 끌고 가? 그렇게도 생겁하게

듣다가 헷갈렸다 불도저가 땅을 밀어붙이듯 내가 잡걸스럽게도 아, 가깝기도 하여라아 일 밀리도 빠져나가는 걸 허용치 않으려는 실측이여 백만분의 일로 축소된 세계전도여


돌이켜보건대 너 따위 왜 이렇게 해줄 수밖에 없었을까

손수 지체없이 되돌리고 싶었네 둘 중 하나는 없는 시점으로


중동

더 미들 이스트 입천장이 둥근 돔 형태로 부풀고 혀 가운데가 구부러졌다

유럽의 동쪽 끝과 아시아의 서쪽 끝은 확연히 다르다 터키는 접경지대다


집을 입에 걸머진 사내였다 눈 파랬고 그 자리서 하늘 높았다

대지 달구는 공기는 대기하고 있었던듯 그의 입을 통했다

짐승의 등에 머물겠냐는 말을 알아들었지만 밟히는 폭양의 무화과를 터트렸다

확확 단 폭약 같았다 길을 당기었다

몸만한 짐이 무거웠다 마음만하지 않은 몸에 체열 얹었다

흠집투성이의 발가락 갈라터지기 일보직전의 고름집

짐꾼의 객 없는 고삐를 따르고 나는 쓸모없는 손 되어 낙타를 따르며 행로는 우리를 동일선상으로 따르게 했노니

지프차가 땅바닥에 채찍을 그었다 확! 살벌이었다 갓길로 가렷다

!

확고한 다릿심이 빠졌다


사내의 손이 재차 수통과 안장의 방울 흔들어주었노니

아실 터, 바짝 마른 입속에서 숨이 잘 탔다


여타 감정과 경탄으로 동요되었던 눈이! 귀가! 입술이! 실상은 세월을 감내한 유 적 지 란 걸 터득했노니


까마득 빨려들어오는 가위 장관인 산


하나, 그 아니 가련하므로 나 대체 무엇을 보았는가


무화과를 빼문 더위로 여행지의 낙타가 울었다

울음이 산고가 들어 비대해진 몸집으로 어찌할 바 모르고 있었다ㅡ 움, 이라는 명사형 'ㅁ'ㅡ 스스로의 유폐는 말한다 병사하지 않는 괴로움 차가움 역겨움 지겨움 가여움 미움 노염 흐느낌 싫음 동굴보다 더 많은 기질과 질병들이 오장과 육부로 복제되어 동물의 새끼를 받는다고 예고된 동물의 시름이어라


그 각기 공통점을 이어 다이어리에 Celsus Library의 아리따움으로 옮겨 적었노니

그것은 다름아님과 같다 곡절로 머문다


Celsus Library의 아리따움: 셀수스 도서관 이르는 길의 낙타. 투르키시 사내. 도로에 깔린 무더위. 혼자 몰기엔 멀고 요원한 길이 생기기도 하여서. 사람임. 가슴팍 태워먹는 목마름. 집어삼킬 수 없는 그리움. 종내 고통이 가져다주는 여정의 감 미 로 움 이 빨 로 으 깨 져 혀 휘

무화과의 맛

느린 타악기의 악음으로 시작해 점점 빠르게 혓바닥 울렸다 설음 넘어 아, 혀뿌리 넘겼어라

반박의 여지 없이 외로움을 탔다


여전 몸 달은 동물의 시름이어라 지문 길에는

내일의 일조시간을 기다리는 덜 여문 과실이 싱싱한 꼭지 매달고 있었노니 아직 체념을 아끼는 삶의 이름으로


모든 과거 집어삼킨 나는 고요롭노니

가늠될 수 있는 가치 있다면 그것은 릿지 산 과 산 너머 세계의 미지로 뛰어듦 아니네 기복 물결치는 산과 산 말미암은 구멍 아니네 끝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오는 쳇바퀴 아, 다만 여기 있고 당신이 거기 있어 닥쳐오는 공명 단단코 하찮은 돌멩이 굴러옴이로니

꾸짖고 있었로니

토로컨대 날 덥도다

그 길 컨트리 로드

아, 다음에는 허사여도 물어볼지어다

그때 왼쪽과 오른쪽의 운동화끈을 조여묶겠다는 생각이 수류탄환처럼 막아 잠재웠다고

삶을 덥석 깨무는 지독한 생병이 스며풍기었을 뿐


그만 한풀 꺾였는가 폭염


충분히 본 터였지만 입하부터 몸 덥노니


그 나라에서 내가 훔쳐낸 것은 땀이었다 손을 뒤집었다


창비2011 김윤이[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감상평 : 장문시다, 김윤이 시인의 시는 매혹임을 느낀다

더 이상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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