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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미용실 오빠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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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2-06-04 17:54

본문

오빠, 오늘은 파마하러 왔어요. 큰 물결 치는 파마를 해주세요. 머리카락에서 파도가 치면 물고기도 키우려고요.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파마한 지니, 천일동안 오빠를 보며 알리바바와 41인의 도둑 이야기도 해줄게요. 40인이 아니라도 실망하지 말아요. 알리바바는 알리바이가 완벽하잖아요. 아무튼 그렇잖아요. 이야기가 시시하더라도 '열려라 참깨' 같은 유치한 주문은 하지 마세요. 세상에, 참깨를 열어서 뭐하겠어요, 그냥 쉬운 나를 열어주세요. 내 안에는 여러 달콤한 이야기가 있거든요. 하나도 같지 않아 결말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들려줄게요. 창밖에 비가 부슬부슬 오고 오빠가 머리를 감겨줄 때 오빠의 굵은 손가락이 내 머릿속 우주를 헤집는 것 같아 온몸이 둥 둥 둥 떠다녔어요. 오빠, 창밖에 세워둔 양탄자 타고 하늘을 날아봐요. 오빠의 빛나는 다락방에 숨겨둔 야광별을 보며 밤을 건너는 유람선도 만들어요. 쉴 새 없이 물결치는 파마를 타고 별과 장미의 정원을 넘나들며 램프를 돌다 뛰쳐나온 파도 소리가 도미 솔 파랑을 세차게 두드리게. 눈을 감아봐요, 이제 정말 마지막 요술 램프가 나올 차례예요. 램프는 흔한 램프지만 오빠가 만지면 특별한 기분이 들어요. 머릿결에 부는 파도가 헝클어지지 않게 오빠의 손가락으로 만져줘요. 생일날 오빠가 구운 쿠키처럼 거품이 일고 바다 향이 나게. 오빠, 염색도 부탁해요. 내 몸을 천천히 열고 꼭지도 빨갛게 발라줘요. 멀리 북극에서도 오빠가 찾을 수 있게. 파도를 덮어쓰고 춤추는 파랑을 오빠라 생각할게요. 오빠, 사랑하는 오빠, 지니


창비2015 김재근[무중력 화요일]

감상평 : 김재근 시인의 시는 위트와 난센스가 장난이 아니다

거기에 더하여 감수성도 충만하니 [완벽하잖아요]처럼 재미있다

[아무튼 그렇잖아요]라고 얘기를 하며 나열하는 솜씨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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