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 송재학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터널 / 송재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회 작성일 22-06-05 12:26

본문

터널 / 송재학

 


    터널을 지나가는 기차는 밤의 솟대를 가졌다 밤이 어두운 게 아니라 이것은 캄캄해지기 전 내가 품었던 의심, 지상에 없는 어둠이 우리를 덮었다 터널을 통과할 때 기차는 산의 중심을 다시 뚫어야 한다는 앙다문 결심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터널마다 찾아다녔다 바퀴와 부딪치는 레일에는 아무도 알지 못할 불꽃이 피었다 그게 무언지 알기 위해 길고 긴 기적 소리가 필요했다 허벅지 연한 살을 씹으며 기차가 지나갔다 무릎 연골을 파먹으며 기차가 지나갔다 기차가 오기 직전에야 들숨이 허락되고 터널이 열렸다 괴물이 괴물을 달래는 순간 공기는 멈춘다 터널 속에 몇 개의 등불을 남겨놓았다는 기차, 기차 꼬리가 보이지 않자 죄의식을 삼키는 중이라는 터널, 뼈만 빠져나왔다는 기적 남기고 터널은 닫힌다

 

================================

얼띤 感想文

  행로

    심한 가뭄이 연속적이다. 어디 다녀올 때도 없는 이 아픔을 죽이기 위해 책을 펼쳤다. 내 영혼의 피뢰침이 곤두선다. 이것은 고독을 죽이는 행위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백혈병처럼 앓은 빈혈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지상을 붙들고 있는 의식임을 내심 말하지 않기로 한다. 어쩌면 책은 내 어머니다. 아니 내 아버지다. 그 중심에서 산울림 같은 선계를 받으면 앙다문 입술은 터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러한 시간의 바퀴가 밤의 행로를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마스크를 벗는 어떤 악수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도 내 귓가에는 신음이 울려 퍼진다. 그것은 어딘가 떠나 있는 박쥐의 초음파에 이미 출구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낙선으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책을 열었다. 더욱 뭉툭한 코, 점점 더 커가는 귀에 오천만 년이라는 긴 이빨로 아직 물 수 없는 슬픔을 얘기할 뿐이다. 너는 길짐승이란 말인가? 아니면 날짐승이란 말인가? 어느 쪽도 닿지 않은 비애의 밤 거적을 피로 물들이는 행위, 그 길고도 긴 뼈의 둥지를 벗어 새벽을 건다. 칠흑 같은 장애물을 깨뜨리며 고독의 바나나를 벗겨 그 꽃가루를 묻혔던 화신, 혼돈과 무질서가 소심증을 벗어던진 그 거적까지 삶의 행로를 사유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책을 덮는다.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4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56 1 07-07
41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 0 18:17
416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 04-23
4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4-18
41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1 04-1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1 11-11
41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11-10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11-03
41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2 10-31
41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2 10-28
41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 10-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