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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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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찾아서 / 김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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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회 작성일 22-06-06 22:25

본문

어느새,라는 말이 좋겠어

최루탄이 터지던 골목에서 따가운 눈을 비비며

오래전 잊은 벗의 촛불을 잠깐 본 기억을

청춘의 한때였다고 부를까도 해


옛 여자를 만나

서로 다른 처지를 울다가

흐린 날 빨래를 널어놓고 나온 사람처럼

선풍기를 끄지 않고 퇴근한 시간처럼

설거지통에 쌓인 그릇에서 날파리가 날기 시작하는

여름처럼 불길하고 불안했지

개미 한마리를 오래도록 따라가다가 돌아오니

난시가 심해졌고 게으른 시간에 수염이 자랐어


생의 근처 어디에서나 몰려가던 촛불

상복 입은 사람들이 든 붉은 깃발은 선명했고

근처까지만 갔다가 혼자 살겠다고 돌아와 죗값을 치르듯

술을 마시고 구토를 했지

해 지는 저녁 구름 속으로 가는 눈먼새를 올려다보며

겨드랑이를 들썩여본 게 전부였어

한번 들썩거릴 때마다 십년이 가버렸는데

날기는커녕 올무에 걸린 짐승이 발버둥 치는 소리로

차도에 버려진 젖은 깃발 같은 노래만 부르고 다녔지


지도를 잃어버리고 남극을 찾아가는 스폰서 없는 탐험가처럼

눈보라 치는 몸에

동상 같은 얼룩이 생기고 나서야

청춘은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지도 한장을

몸에 새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부끄럽게도 나를 읽어보고 싶었던 흐린 날에는

버려진 깃발을 주워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처진 어깨 같은 날에는


선명성은 늘 벗들의 몫이었을 뿐

내게서 희미하게 멀어지는 나를 보았어

안경을 벗고 보아야 보이는 노안의 시절

어느새, 그럴 거야

희미한 지도일수록 나를 떠난 적 없는 몸에 새기는 게 최고겠지

희미해도 나의 삶이 나의 지도라면

가끔 쓰다듬어주는 것만으로 길을 잃지 않겠지

나의 노래가 한 시대의 축도라면 좋겠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조금씩 선명해지겠지 죽을 때까지


창비2012 김주대[그리움의 넓이]

감상평 :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인 듯하다

재미있게 경청할 수 있었고 시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

[주체]라는 시도 있는데 오늘은 주체에 대해서 써야겠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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