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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젊은이는 강하다 / 김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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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 22-06-10 20:15

본문

젊은이에겐 인생을 말할 수 있다.

구두닦이든 군인이든 갓내기 마부이든 스포츠맨이든

시골에서 땅을 파먹고 살아가는 놈이든

믿음과 증오를 가리지 않고

갈대밭 넘어 섬을 넘어 가을바람에 뛰어들기에

가을바람으로 그 넋을 닦아내기에

죽은 신마저 젊은이를 찾아온다.


차라리 악마를 믿고 싶을 만큼

믿을 것이 하나 없는 천지간에

태양이 오르가니즘을 흔들며 숯덩이처럼 떠오른 오늘

억새풀을 스쳐간 듯한 있음과 없음은

누구나 마음대로 밟고가지만

사람은 멀리서 바라볼수록 저물어 다가오지만


젊은이는 잠자는 모든 것들에 깃들어서 잠을 깬다

잠자지 않는 모든 것들에 깃들어서 잠을 잘 줄도 안다

텍스트가 없는 자연을

텍스트가 없는 사랑의 원천을 만난다

신을 인간으로 만드는 일 따윈 안한다.


어린애는 어머니가 이끌지만 젊은이는 불과 창조력이 이끈다

어린애는 여자가 낳지만 젊은이는

파도가 낳고 바위가 낳고 천지현황이 낳는다

젊은이는 그만큼 미쳐서라도 진실에 열렬하다

최초의 아름다움으로 뭄부림치며 최초의 눈물만 흘린다.


딱갈잎 밑에 숨쉬는 푸른 흙의 문도 와서

열리고 닫히고 열리는 젊은이의 심장

원숭이처럼 걷고 싶은 늦가을 달밤이며

간질병 같은 예술도 거기 맡길 수 있어라

어린애의 웃음소리와 어른의 눈물도 물려줄 수 있어라


슬픈 여자도 몇번이고 간통하러 더러운 전쟁이

풀밭 위의 아침아슬을 말리는 문명이

인류의 흐르는 맨발을 쩍밭뿐인

겨울안개 속 황량한 갯벌에 남겨둘망정

저 깊고 넓은 바다로도 덮을 수 없는 젊은이여

새들이 날아간 그대들 가슴벌판에

철학이며 사물이며 미를 놓아도 좋으리라.

그대들이 흘렸던 한 방울의 피는 하나의 문이기에

그대들이 뛰어든 칼집 속은 결국은 광야이기에


젊은이는 어디에서나 술을 마신다.

보스톤항 북쪽에서도 아마존강 밀림에서도

하루살이 떼가 밀려든 서울의 주막집에서도

풍뎅이가 날으는 켈트족의 상수리나무 숲에서도

헤겔과 싸우는 뮌헨의 개스등 아래서도

북평의 어느 찌그러진 아편소굴에서도

뱃가죽으로 기어가는 애매모호한 에너지의 호지명루트에서도

늑대가 귀신처럼 달리는 시베리아 끝에서도


젊은이는 어떠한 진실과도 결혼한다

어떤 더럽고 더러운 진실과도 결혼한다.

끝에서도 항시 시원한 초원의 바람처럼 살아갈까

똥통 위에서 풀빵을 남 몰래 씹어먹던

신병훈련소시절처럼 삐쭉삐쭉 웃어볼까.

풀빵이 뜨끈하게 들어간 뱃속을 긁으며 총구멍을 들여다볼까.

안돼, 젊은이는 정신이다 꿈이다 무기는 오직 사랑뿐이다.

달려라 흙 한줌 안 붙은 하늘엔 길은 하나이다.


아아 절망의 소용돌이며 절망의 보석이여

피를 앞지르는 눈물이여 피를 앞질러 흐르는 눈물의 아름다움이여

현재 과거 미래가 함께 이끼 덮인

눈 내리는 원시림 사방팔방으로 눈이 내리는

멀고 먼 밤항구를 떠나간 원시림

나무와 물오리와 치렁치렁한 바람마저

태어나면서부터 미쳐버린 저 천만리 원시림


젊은이는 푸른 짐승들을 어루만지면서

그러나 눈에 묻히지 않는다.

잠들어 누운 밤에도 묻히지 않고

바다와 바위를 후려친 주먹 속에 달팽이를 굴리기 시작한다.

달팽이 달팽이 달팽이......


젊은이 만세! 젊은이 만세!


창비1977 김준태[참깨를 털면서] <1970 조대신문>

감상평 : 젊은이를 미화하는 시다

나는 젊은이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젊은이는 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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